“내년 상반기 귀금속·구리, 하반기 에너지·산업금속 순차 대응”
“유가 통제·사우디 증산, 단기 상단 억제…유동성은 2027년까지 열려”

정치 일정과 맞물린 미·중의 부양 기조, 그리고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내년 원자재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사진=GPT생성
정치 일정과 맞물린 미·중의 부양 기조, 그리고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내년 원자재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사진=GPT생성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정치 일정과 맞물린 미국·중국의 부양 기조, 그리고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내년 원자재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발 유가 통제 가능성과 사우디의 증산 여력 탓에 원자재 지수의 ‘윗선’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대신증권은 11일 보고서에서 2026년 상반기에는 금·은 등 귀금속과 구리에 비중을 두고, 같은 해 하반기 이후에는 에너지와 기타 산업금속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겨가는 단계적 대응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긴축(QT)을 끝내고, 중국인민은행(PBOC)도 국채 매입을 재개한 만큼 유동성의 클라이맥스는 이제부터”라며 “원자재는 유동성을 18~20개월가량 후행해 움직이기 때문에 2026년 중·하반기부터 상승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7년 상반기까지를 원자재 사이클의 정점 구간으로 본다”며 “상반기는 귀금속·구리, 하반기는 유동성을 뒤늦게 반영할 에너지·산업금속으로 순차 대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반잠수식 시추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반잠수식 시추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에너지: 선거 앞둔 美, 유가 통제 속 ‘상단은 막히지만 아래는 단단’

보고서는 에너지 가격의 상단이 제한될 가능성을 먼저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미국은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자극 요인인 유가를 묶어두려 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증산을 맞교환하는 형태의 공조가 2018년과 비슷하게 재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단독으로 하루 약 204만배럴(b/d·barrel per day), 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를 포함하면 최대 319만b/d까지 증산 여력을 갖고 있어,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내부 반대에도 부분 증산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원자재 펀드 내 비중이 큰 만큼 상단이 막히면 지수 전체도 자연스럽게 눌릴 수 있다.

다만 장기 그림은 다르다. 증산이 반복되면 생산비가 높은 일부 OPEC+ 협력국은 감산할 수밖에 없고, 저유가로 미뤄진 미국 셰일기업의 투자가 뒤늦게 공급 공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2015~16년, 2020~21년과 같은 패턴이 재현될 수 있다. 앞에서 증산으로 눌러놓으면 뒤에서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선다”고 말했다.

천연가스는 별도 흐름으로 봤다. 보고서는 북반구 난방 수요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수요가 겹치는 겨울철에 가격이 지지될 수 있고, 2026년 이후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추가되면서 구조적 수요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라니냐→엘니뇨 전환 등 기상 변수에 따른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골드바.사진=서울와이어
골드바.사진=서울와이어

◆귀금속: 금은 선행, 은은 유동성 민감…‘2선 귀금속’ 부상

귀금속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가장 선행해서 움직일 자산군으로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금은 각국 중앙은행이 실질금리 하락을 대비해 계속 담고 있는 자산이라 매수 구간이 유지된다”면서도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국면에서는 은이 금보다 더 민감하게 오른다”며 은 비중 확대를 권했다. 

연준의 QT 종료, PBOC의 국채 매입 재개, TGA 잔고 방출 가능성 등 ‘실제로 돈이 풀리는’ 조짐이 보이는 만큼, 유동성에 민감한 은·주식 자산이 금보다 탄력이 좋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재 금 가격이 정책금리 인하 기대를 선행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금이 먼저 움직였다는 건 유동성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뒤늦게 움직이는 원유·에너지·산업금속이 그 흐름을 따라붙을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금이 비싸 보여도 유동성 사이클 자체가 2027년 상반기까지 열려 있는 구조라 은·백금 같은 ‘2선 귀금속’이 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동성은 감안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은은 금보다 가격 변동 폭이 크지만, 보고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순·횟수가 늘어난 국면에서는 은도 후행적으로 상승하는 패턴이 뚜렷하다”며 2026년 중반까지는 추세가 꺾일 가능성을 낮게 봤다.

리튬. 사진=픽사베이
리튬. 사진=픽사베이

◆산업금속: 구리 타이트·알루미늄 정책 수혜…리튬은 감산 변수

산업금속에서는 구리·알루미늄·리튬이 핵심이다. 구리는 칠레·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인도네시아 주요 광산에서 잇따른 차질로 정광 공급이 2026년까지 빡빡해진 상태다. 칠레의 QB-2 광산 확장 중단,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산사태, 칠레 엘테니엔테 사고 등으로 글로벌 정광 공급의 약 7%가 흔들렸다.

최 연구원은 “채굴량은 사상 최고지만 광산 노후화로 품위가 떨어져 수급이 느슨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알루미늄은 공급 제한과 대체 수요가 동시에 받쳐주는 구조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건설·가전 등 일부 수요가 알루미늄으로 옮겨가는데, 중국이 전력 효율 규제를 강화해 신규 증설이 어렵고 인도네시아의 보크사이트 수출 중단이 겹치며 공급도 죄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증설 규제와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시점이 맞물리면 알루미늄이 구리보다 상대 성과가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튬은 중국 내 감산 압력이 변수다. 내수 부진과 통상 압박 속에서 2차전지 밸류체인 적자율이 높아 감산 타깃이 될 수 있고, 중국 정부가 리튬을 전략광물로 묶으면서 채굴 허가를 조이는 구조라 단기 공급은 쉽게 늘지 않는다. 최 연구원은 “과거 철강·비철금속처럼 감산이 현실화하면 가격 회복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밀 농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은 우크라이나 밀 농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농산물: 미·중 휴전으로 ‘최악은 피했지만’, 반등세는 더디다

산업금속이 공급 차질과 정책 변수에 좌우된다면, 농산물은 기상·교역 여건 등 비정책 요인이 관건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곡물 수입을 다시 열면서 S&P GSCI(골드만삭스 상품지수) 곡물지수가 연초 대비 플러스 전환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이 관세 전쟁을 잠시 멈추고 1200만t 규모의 미국산 대두 구매에 합의하면서 “최악은 면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격 하단을 다지는 요인일 뿐, 단번에 랠리를 만들 정도의 재료는 아니라는 게 보고서의 시각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오히려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라니냐가 뒤늦게 나타나긴 했지만 파종기에 직접 타격을 주지 못했고, 2026/27년 작황 전망은 엘니뇨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상향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 중국이 돼지 사육 두수를 감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사료향 수요도 일부 줄어드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최 연구원은 “사료 수요를 선행하는 양돈 농가 마진이 좋지 않아 향후 9개월 안에 사료 수요가 급반등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천연가스가 2026년부터 구조적 상승으로 돌아설 경우 질소계 비료 가격이 먼저 오르고, 이 비용이 뒤에서 곡물 가격으로 전가되는 ‘비료발 인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정치 이벤트가 끝나는 2026년 하반기 이후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될 여지는 있지만, 그 전까지는 양쪽 모두 충돌을 크게 키우기 어렵다”며 “농산물은 점진 상승, 방어적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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