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봉크' 개발사 "영광이지만 데뷔작은 아니다"

메가봉크 키아트. 사진=베디나드
메가봉크 키아트. 사진=베디나드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게임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 TGA) 가 12월12일(한국시간) 개최를 앞둔 가운데, 후보 지명을 스스로 철회한 게임사가 등장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한 방어가 아니라, '자격이 없다'며 스스로 내려놓은 이례적인 사례다.

후보 발표 다음 날인 19일 '메가봉크' 개발사 베디나드(vedinad)는 SNS를 통해 '메가봉크'의 '최고의 데뷔 인디 게임(Best Debut Indie Game)' 후보 지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에 오른 것은 정말 영광스럽지만, 이 부문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며 "나는 이미 예전에 다른 개발사 이름으로 게임을 만든 적이 있어 메가봉크는 내 데뷔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로 지명해주고 투표도 해준 것은 감사하지만 이 부문은 다른 데뷔작에 양보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메가봉크'는 2025년 9월 스팀에 출시된 로그라이크 생존 액션 게임으로, 출시 약 2주 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하며 빠르게 주목받은 작품이다. 스팀 최고 동시접속자 수 11만명 이상을 기록했고, 출시 직후 이용자 리뷰는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했다.

TGA 주최자 제프 킬리는 "개발자의 요청과 설명을 확인했다"며 해당 부문 후보에서 '메가봉크'를 공식 제외했다. 그는 "정직한 해명에 감사드린다. 다른 진짜 데뷔 팀들의 기회를 뺏고 싶지 않다는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TGA 역사상 첫 자진 후보 철회다. 2016년 팬게임 후보 2건이 규정 문제로 취소된 사례는 있지만 개발사가 스스로 후보 지명을 철회한 적은 없었다.

온라인 반응은 전반적으로 호의적이다. 레딧과 SNS에서는 "정직함 그 자체", "올해 TGA 최고의 미담"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동시에 2023년 '데이브 더 다이버' 논란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나온다.

당시 '데이브 더 다이버'는 TGA에서 '최고의 인디 게임' 후보에 올랐는데, 넥슨같은 대기업이 제작한 게임을 인디로 볼 수 있는지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인디의 정의를 두고 업계 전반에 논쟁을 촉발한 사례였다.

아크 레이더스 키아트. 사진=넥슨
아크 레이더스 키아트. 사진=넥슨

◆'아크 레이더스' 놓고 불거진 '스너브' 논란

올해 TGA에서는 넥슨의 '아크 레이더스'를 놓고 스너브(snub) 논쟁도 불거졌다. 스너브란 업계나 사용자들이 당연히 후보로 뽑힐 것이라 예상한 작품이 주요 부문 지명에서 빠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프랑스 게임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역대 최다인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반면, '아크 레이더스'는 글로벌 흥행과 평단 호평에도 '최고의 멀티플레이 게임' 단일 후보에만 지명된 것이 계기였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일부 게임 크리에이터들과 북미 게이머들은 "TGA는 전통적으로 싱글플레이·서사 중심 작품만 중시하고 멀티플레이 게임은 홀대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아크 레이더스'가 실제 성우 음성과 TTS 기반 AI 음성을 혼용한 점이 북미 업계에서 확산 중인 AI 콘텐츠 활용 반감과 맞물려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TGA는 언론 패널 90%, 팬 투표 10%를 합산해 수상작을 결정하는데, 완결형 서사·싱글플레이 중심 비평 성향이 강하게 반영돼 멀티플레이 게임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올해 TGA 시상식은 12월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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