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화장품 등 관련 ETF 마이너스 기록 중
테마·업종 집중형 상품 확대에 양극화 심화
'장투 수단' ETF, 인버스 등 도구로 변질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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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노성인 기자] 최근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에도 추가 상승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양극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최근 주요 운용사들이 일부 테마·업종 랠리에 편승한 수익률 극대화 전략을 취하는 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지난 12일까지 ETF 수익률 상위권을 반도체, 2차전지 관련 상품이 휩쓸었다. 가장 많이 상승한 ETF는 ‘TIGER 200IT레버리지’로 해당 기간 98.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1.09%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지수 대비 4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외에 ‘K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89.54%), ‘TIGER 반도체TPO10레버리지’(73.63%),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72.60%), ‘KODEX 반도체레버리지’(64.89%),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62.01%), ‘KODEX AI전력핵심설비’(52.52%) 등도 2배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개인투자자 자금도 관련 ETF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21일 상장한 'TIGER 코리아AI전력기기TOP3플러스에는 전날까지 2380억원이 유입되기도 했다.

반면 반도체와 2차전지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지수 상승세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거나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조·방·원’이라고 묶이며 크게 주목받았던 방산 관련 ETF들의 낙폭이 컸다.

실제 ‘KODEX K방산TOP10레버리지’는 지난달 초 이후 25.82% 하락했다. 이는 인버스 상품을 제외하고 가장 큰 하락세로 해당 ETF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로템이 같은 기간 10.55% 내린 것과 비교해도 두 배 수준이다.

아울러 ‘PLUS K방산소부장’(-19.60%),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16.00%), ‘TIGER 미디어컨텐츠’(-15.32%), ‘TIGER 화장품’(-14.20%) 등도 크게 내렸다.

이렇게 개별 종목, 지수 투지 대비 안정성을 가져야 하는 ETF들이 이렇게 극심한 수익률 격차를 보이는 까닭은 최근 운용사들이 소수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테마형 ETF 상품을 주로 내고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장기·분산 투자 수단인 ETF가 높은 변동성과 투자 위험이 큰 레버리지·인버스 투자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초 이후 상장 신규 상장된 ETF 19개 중 7개가 특정 테마에 맞춰 일부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테마 집중형’ 상품이다. ‘TIGER 코리아AI전력기기TOP3플러스’, ‘RISE 글로벌게임테크TOP3Plus’, ‘RISE 미국고배당다우존스TOP10’, ‘SOL 미국넥스트테크TOP10액티브’, ‘HANARO 증권고배당TOP3플러스’, ‘KODEX K조선TOP10’ 등이 있다.

‘TIGER 코리아AI전력기기TOP3플러스’는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 ELECTRIC 등 3개 종목에 70% 이상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HANARO 증권고배당TOP3플러스’는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에 60% 이상을, ‘KODEX K조선TOP10’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4개 종목에 85% 가까이 투자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조정받으며 변동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ETF는 손실을 방어해 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며 “주요 운용사들이 이와 정반대로 ‘TOP3’, ‘TOP10’ 형태의 소수 종목 집중형 구조를 도입하면서 향후 시장의 대형주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단기 모멘텀도 확대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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