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축사 사라진 개막식, 정부 존재감 희미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2025'가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나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지스타 총 방문객은 약 20만2000명으로, 전년(21만5000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전체 부스 규모도 3269부스로 지난해(3359부스)보다 약 90개 줄었다.
다만 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전시 품질과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올해는 ‘이야기가 있는 전시’(Narrative Showcase)를 콘셉트로 단순한 신작 공개를 넘어 서사 중심의 체험형 전시를 강화했다. 특히 일본·유럽·북미 주요 개발사들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지스타가 글로벌 쇼케이스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스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2020~2021년 이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2년에는 방문객 약 18만명, 2947부스 규모로 치러졌고, 2023년에는 20만명, 3208부스로 확대됐다. 2024년에는 방문객 21만5000명, 3359부스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올해는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참여 구성이 다변화되고 전시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올해 '지콘(G-CON)' 콘퍼런스는 '내러티브'를 주제로 열렸다. '드래곤 퀘스트'의 호리이 유지, '페르소나' 시리즈의 하시노 카츠라와 소에지마 시게노리, '니어: 오토마타'의 요코 타로, '폴아웃: 뉴 베가스'의 조쉬 소이어 등 세계적 창작자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대부분의 세션이 만석을 기록하며, 지스타가 단순 전시를 넘어 산업 전문 콘퍼런스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벡스코 제1전시장 BTC관에는 국내외 주요 게임사가 신작을 선보였고, 제2전시장에는 반다이남코·블리자드·세가·아틀러스 등 글로벌 메이저 개발사들의 참여가 확대됐다. 올해는 일본·유럽·북미 등 해외 기업의 체험형 부스 비중이 커지며, 지스타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임 전시회를 넘어 국제 무대로 확장하는 흐름을 보였다.
BTB(기업 간 거래)관은 11월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운영됐으며, 유료 바이어 방문자는 2190명으로 집계됐다.
인디 부문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 2.0: 갤럭시’에는 20개국 80개 개발사가 참여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해외 기업이었다.
조영기 지스타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참가사와 유관기관, 그리고 지스타를 찾아주신 모든 분의 성원 덕분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축사 사라진 개막식…'세계 3대 게임쇼'와 괴리
흥행 열기 속에서도 아쉬움이 남은 대목은 정부의 부재였다.
올해 개막식에는 예년과 달리 대통령 축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게임은 중독이 아니라 문화이자 산업"이라며 게임업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지스타 개막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에도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대통령은 끝내 현장을 찾지 않았고, 축사 영상도 없었다.
정부는 앞서 "지스타를 세계 3대 게임쇼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 비전과 산업 현장의 괴리가 '3대 게임쇼' 구상 자체의 실효성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올해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게임대상 시상식에는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에는 행사가 비대면 중심으로 축소돼 고위 인사 참석이 제한적이었다. 이후 위드코로나로 정상화된 2023과 2024년에는 대통령 메시지가 부활하며 정부 차원의 상징성이 회복되는 듯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사라진 셈이다.
다만 김민석 국무총리는 행사 사흘째인 15일 뒤늦게 현장을 방문했다. 다만 개막식 축사와 같은 공식 일정이 아닌 현장 시찰 수준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적인 후속 지원이나 정부의 상징적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산업계가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정부도 일관된 방향성과 신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