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대상…최대 36개월 보상 제시

크래프톤 지스타 부스.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 지스타 부스. 사진=크래프톤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크래프톤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직후 전 직원 대상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그 배경을 두고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1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직급·직무·연차와 관계없이 원하는 직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퇴사를 선택한 직원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라 보상금이 차등 지급된다. 1년 이하 근무자에게는 6개월치 급여가 지급되고, 2년 이하 근무자는 12개월치, 5년 이하 근무자는 18개월치 급여를 받는다. 근속기간이 8년 이하인 경우 24개월치가 제공되며, 11년 이하 근속자는 30개월치, 11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게는 최대 36개월치 급여가 지급된다.

이는 국내 게임사 기준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상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최근 진행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에서 최대 30개월치 급여분을 지급했다. 

또한 이번 프로그램은 회사가 대상자를 선정해 퇴사를 권고하는 일반적인 희망퇴직과 성격이 다르다. 신청 여부는 전적으로 직원 본인의 선택이며,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 측은 "구성원이 회사 안팎에서 자신의 성장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 취지"라며 "회사는 구성원이 변화의 방향을 내부에서 이어갈지, 혹은 외부에서 확장할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크래프톤이 최근 'AI 퍼스트(AI First)' 전략을 공식화한 직후 나왔다. 회사는 지난달 타운홀 미팅에서 GPU 클러스터 구축, 전사 데이터 플랫폼 통합, AI 기반 업무 자동화 확대 등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며 AI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크래프톤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신규 채용을 동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직 확대 대신 효율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크래프톤은 3분기 매출 8706억원, 영업이익 348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519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해외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최대 36개월치 급여라는 높은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해 직원들이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강제적 구조조정 대신 원하는 직원만 이탈할 수 있는 '선택형 모델'을 도입한 것은 해외에서도 흔치 않은 시도라는 평가다.

반면 일각에서는 AI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과 채용 동결 기조를 고려할 때, 이번 프로그램이 앞으로 있을 조직 재편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AI 활용도가 낮거나 역할이 중복되는 팀과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회사를 떠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기 전에 선택지를 먼저 제시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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