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남권·동남아 잇는 AI 데이터센터 확장 로드맵 공개
MNO·AI 양대 CIC 개편…콘텐츠 확장에서 산업 인프라로 무게 이동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정재헌 SKT 최고경영자(CEO)가 통신사 이미지를 벗고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에 나섰다. 그는 최근 울산·서남권·동남아를 잇는 AI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조직을 통신(MNO)과 AI 두 축으로 재편하며 성장 축을 인프라로 이동시키고 있다.
정 CEO는 서울대 공법학과 출신으로 사법시험 39회에 합격해 서울중앙지법·법원행정처에서 판사로 재직한 뒤 SK로 합류했다. 이후 SK텔레콤 법무그룹장,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을 역임했다. 법률·대외전략·지배구조 역량을 기반으로 조직 정비와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병행하는 리더십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데이터센터 확장과 AI 기술 결합해 새 사업 모델 구축
정 CEO의 핵심 행보는 AI 인프라 확장에 있다. 그는 이달 초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울산 AI DC를 1GW 이상 규모로 확장하고, 글로벌 AI 기업과 협력해 국내 연산 거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이 OpenAI와 맺은 협력에 기반해 서남권 AI DC 구축에도 나서며 수도권·경남·서남권을 잇는 '3축 데이터센터 벨트'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확장도 병행한다. SKT는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해 베트남에 LNG 전력 기반 냉열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특화 AI DC를 구축하고,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으로 확장을 검토 중이다. 단순 인프라 임대를 넘어 설계·구축·운영·클러스터링·에너지 솔루션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AI DC 종합 사업자' 모델을 지행한다.
기술 파트너십도 강화 중이다. SKT는 AWS와 에지 AI 상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정부·학계와 AI-RAN(지능형 기지국)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제조 영역에서는 엔비디아 RTX PRO 6000 GPU 2000여장을 도입해 디지털 트윈·로봇 AI 기반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해당 인프라는 SK하이닉스 등 그룹 제조 부문은 물론 외부 산업 고객으로 확장된다는 구상이다.

◆통신은 안정·AI는 속도전…양축 재편으로 실행력 강화
전략 실행을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사업부 중심 구조를 벗어나 MNO와 AI 두 축으로 사업영역을 명확히 구분한 양대 CIC 체제다.
MNO CIC는 상품과 영업 기능을 통합하고 네트워크 자동화·디지털 전환을 강화해 통신 본업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엔터프라이즈(B2B) 사업에는 기술 조직을 전진 배치해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
AI CIC는 에이닷·데이터플랫폼·인더스트리얼 AI·메시징·AI DC 등 핵심 사업을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한다. 시장 환경에 따라 조직을 신속히 조정할 수 있도록 이합집산 구조를 도입했다. 스태프 조직은 통합보안센터 확충, 대외협력과 PR을 통합한 Comm센터 신설, GC센터 신설 등으로 재정비됐다.
임원 조직은 '강소화' 기조로 정리됐다. 임원 수를 줄이고 책임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임 유영상 체제가 'T유니버스'와 콘텐츠·IP 투자 중심으로 플랫폼 외연 확장을 추진했다면, 정재헌 체제는 데이터센터·클라우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B2B 인프라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AI 데이터센터, 에지 AI, 제조 AI 등 산업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경쟁 무대를 콘텐츠 시장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전략적 대비가 뚜렷하다. 2026년 이후 실질적 성과가 확인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