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엇갈리는 이해관계… 공동합의 '난관'
정부 적극 역할 목소리… 개별안 마련 움직임도

[서울와이어=이민섭 기자]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하자 산업통상부 장관이 직접 현장에 방문해 기업들을 독려한다. 글로벌 공급과잉 지속으로 내년 업황도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1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오는 26일 여수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연다. LG화학과 여천NCC 공장도 시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사업재편안을 아직 정부에 제출한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장관이 직접 나서 현황을 살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지식재산소위원회를 열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등 14건의 법률안을 처리했다.
특별법안에는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 마련 ▲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공정거래법 등에 특례를 두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정부가 좀 더 주도적으로 석유화학산업에 대해 안을 제기하고 국회를 끌고 갔어야 하는 문제"라며 "여야 구분없이 이것은 신속하게 처리가 가능한 법이고 속도를 붙여서 논의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 최종 의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산업 재편은 아직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업체 간 높은 상호연관성,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기존 일정 대비 구조혁신 계획의 수립 및 이행이 지연될 수 있다"며 "사업구조 재편의 경우, 한 업체의 설비 폐쇄와 생산능력(CAPA) 감축이 다른 업체의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 따르면 ▲업황 부진으로 인한 자산 가치 저평가와 지분·공정 차이로 후속 진전이 미미한 LG화학의 GS칼텍스 대상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2 재추진 건 ▲롯데케미칼과 통합 아이디어가 제기됐으나 공동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갈등으로 지연된 여천NCC ▲울산 석유화학단지 업황이 어려운 와중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준공이 예정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등 물밑 논의 과정에서 기업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를 100% 가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업 간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개별 기업 차원에서 자구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SK지오센트릭은 SK가스와 손잡고 안정적인 에탄 공급망과 원료 경제성 확보, 원료 구조 다변화와 공정 효율화 방안 검토 등을 추진한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가장 적극적인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NCC 통합 운영 논의'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연말까지 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하지만 화학 기업들의 높은 부채비율과 재무건전성 악화, 정부의 강한 석유화학 구조조정 의지 등을 고려하면 타이밍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