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반도체주가 21일 장 초반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발생하며 기술주 전반이 급락한 영향이 국내 시장에도 이어진 모습이다.
이날 오전 9시23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37% 내린 9만6200원에 거래됐다. 전날 ‘10만전자’를 회복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9만원대로 밀려났다. SK하이닉스도 7.88% 하락한 52만6000원에 거래되며 ‘60만닉스’ 지위를 반납했다.
같은 시각 하나마이크론 –6.87%, 미래반도체 –4.64%, 한미반도체 –4.05%, 원익홀딩스 –3.62% 등 주요 반도체 종목 대부분이 약세 흐름을 보였다.
약세 배경에는 전날 미국 증시의 급락이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AI 거품 논란이 재점화되며 장중 급락 반전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2% 급증했으며, 젠슨 황 CEO는 “블랙웰 판매량이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만큼 높다”고 밝히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 개장 직후 주가는 5% 가까이 상승했지만 투자심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증시의 고평가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매수 동력이 빠르게 소진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5%나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 직후 변동성이 급증했던 지난 4월 9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결국 엔비디아는 3.15% 하락 마감했고, 마이크론 –10.87%, AMD –7.84%, 팔란티어 –5.85%, 인텔 –4.24%, 퀄컴 –3.93%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급락했다.
AI 버블 우려는 연준(Fed) 고위 인사의 발언으로도 확인됐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주식·회사채·주택 등 여러 자산군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기준 대비 높다”며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에 대한 실질 수익성 검증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AI가 현재 주가에 반영된 만큼의 실익을 조만간 증명해야 한다”는 우려와 함께, 엔비디아의 매출채권 증가 등 수급 이슈도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고 진단했다.
미 연준의 12월 금리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기술주 전반의 부담 요인이다. 고용지표가 혼조 흐름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동결 전망이 우세해 조정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기술주 급락이 국내 반도체주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날 시장에서는 단기 조정 흐름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