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경쟁·환율 불안 심화… LCC 수익기반 급속 약화
중국·일본 갈등 장기화… 유커 수요 이동 가능성 주목
증편 경쟁 속 생존전략 모색… 시장 재정비 과제 부상

키움증권은 13일 원/달러 환율이 약보합권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해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엔데믹 이후 공격적으로 기단을 늘렸지만 공급 과잉과 환율 급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흐름이다.

◆출혈 경쟁·일드 급락…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 붕괴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 등 상장 LCC 4사는 합산 201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팬데믹 직후였던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가 2000억원을 넘어섰다. 기단 확대와 인기 단거리 노선 중심의 증편이 이어졌지만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앞서며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

올 3분기 LCC 공급 좌석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지만 여객 증가율은 2%대에 그쳤다. 탑승률을 지키기 위한 특가 경쟁이 반복되면서 국제선 일드(Yield)는 팬데믹 기간에도 유지하던 200원대에서 60~80원 수준까지 추락했다. 좌석을 채우고도 손실이 나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환율 비용 폭탄… 재무 부담 '직격탄'

LCC의 수익성이 흔들리는 요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운임 하락과 공급 과잉이 수익성을 갉아먹는 동안 비용 측면에서는 고환율이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 수익 구조의 양 축인 ‘운임(매출)’과 ‘환율(비용)’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LCC의 재무 부담은 한층 더 커졌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LCC다. 진에어는 환율이 10% 오를 경우 3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하고 제주항공도 환율이 5%만 상승해도 249억원의 비용이 늘어난다. 항공기 리스료·정비비·유류비 등 주요 비용이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환율 변동이 실적에 즉각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고환율 부담은 대형항공사(FSC)에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항공의 3분기 기준 순외화부채는 48억달러(약 7조원)에 달해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48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환율이 10% 상승하면 세전순이익이 4500억원 이상 줄어드는 구조로 외화부채 대부분이 항공기 리스 관련 차입금에서 비롯된다. 양사 모두 통화 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지만 고환율 국면이 길어질 경우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유커 '구원투수' 될까… 또 다른 출혈 경쟁 우려도

이런 구조적 악재 속에서 중국의 한일령은 LCC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을 사실상 제한하는 ‘한일령’을 발동하면서다. 일본을 회피하는 중국 관광객 일부가 한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항공업계는 다시 유커(중국 관광객)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한중 여객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0월 한중 노선 여객은 153만 810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 늘었고, 운항 편수도 4.5% 증가했다. 일본 대신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늘면 LCC가 강점을 가진 단거리 중국 노선 수요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요 증가가 LCC의 실적 반등으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중국 주요 노선은 LCC 간 경쟁이 치열한 데다, 최근 파라타항공까지 진입하면서 경쟁구도가 더욱 복잡해졌다. 공급이 수요보다 빨리 늘어나는 현 구조에서는 유커 증가가 곧바로 가격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LCC에게 한일령은 단기적으로 중국 수요 유입을 통해 실적 방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단 확대와 무리한 증편 경쟁이 지속된다면 추가 수요가 들어와도 출혈 경쟁이 반복되는 구조적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커 유입은 분명 긍정적 신호지만 공급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LCC 실적이 반등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결국 비용 구조 조정과 공급 관리가 LCC 생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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