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 발생
부동산 회사 통한 투기·매수인 협박 등 사건사고 잇따라
1급 부서장 80% 교체하는 인사 단행, 투명성 제고

지난해 잇따른 사건·사고로 인하 LH에 대한 믿음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진=이태구 기자
지난해 잇따른 사건·사고로 인하 LH에 대한 믿음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들의 땅 투기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으나 올해에는 멀어진 민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잇따른 부정·불법으로 도덕성 치명타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3월 임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져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LH 직원 강 모씨와 장 모씨는 인천지역본부에서 근무하며 취득한 정보를 악용해 시흥시 과림동 토지 5025㎡를 22억5000만원에 공동 매입한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5월 경찰이 성남 수진·신흥 재개발 지구 일대에 제기된 투기 의혹 지역 28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LH 전·현직 직원 등 12명이 주택 40여채를 미리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울러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는 LH 직원들과 친척·지인 등 수십명이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조직적으로 투기한 정황을 확인했다. 잇따른 사건이 발생하자 LH는 67개 과제가 포함된 정부의 혁신방안을 추진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몸무림쳤지만 별반  나아진 것은 없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8월 ‘김포 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진행과정에서 땅주인들에게 부당한 손해와 재산세를 떠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LH는 갑질로 매수인들로부터 9억원이 넘는 금액을 받았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5억6500만원을 부과했다.

혁신방안을 외치던 고위직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임직원 땅 투기 사건이 발생하자 이들은 퇴직금을 챙기고 취업제한 조항도 피해갔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5월 전체 퇴직자 65명 가운데 2급 이상 고위직 퇴직자는 19명(29.7%)이다.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각 1명, 1·2급 고위직 17명 등이다.

이들은 투기사건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이득을 챙겼다. 비상임이사를 제외한 18명이 가져간 퇴직금은 총 12억4193만원이다. 이들은 평균 7144만원을 수령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해 6월 취업제한 대상을 고위직 529명으로 확대했으나 퇴사한 17명은 적용받기 전에 나갔다.

또 LH가 감정평가 연간 물량 최대 39%(금액기준)를 LH 출신 감정평가사에게 몰아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불공정한 전관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LH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74명의 감정평가사들에게 감정평가 용역을 맡겼다.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121억원을 투입해 361건의 감정평가 용역이 진행됐다.

전체(361건) 23%(85건)는 LH 출신 감정평가사 25명이 수행했다. 2017년에는 수임 평가사 99명 중 20명(20.2%)이 LH 출신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전체 용역 184건 중 62건(33.7%)을 진행했다. 지급 수수료는 71억8000만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27억9000만원(38.9%)을 수임했다.

◆ 등돌린 민심 회복할까
LH는 지난해 6월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LH혁신안은 ▲전직원대상 재산등록과 취업제한 고위직 대폭 확대 ▲과거 비위행위 성과급 환수 ▲고위직 임직원 보수 3년간 동결 ▲신도시 조사기능 국토부 회수 ▲과감한 기능·인력 조정·통제장치 구축 ▲경영관리 혁신 등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LH의 구조적 문제 개선과 조직 DNA를 현재의 부동산 개발 위주에서 벗어나 주거복지 서비스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2·4대책 등 주택공급은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조직역량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원칙하에 혁신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혁신위원회도 매월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LH는 지난해 11월 7번째 회의를 진행해 투기 예방을 위해 노력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비위 임직원에 대한 제재 수준을 강화하는 인사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임원이 청렴의무를 위반해 형벌이 확정된 경우 퇴직 후 3년까지만 성과연봉을 환수하도록 하는 기준을 강화해 최대 5년까지 환수가 가능하도록 임원보수규정을 개정했다.

아울러 정부 혁신안에 따라 주거복지·주택공급·균형발전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핵심기능 중심으로 업무를 재편했다. LH의 설립목적과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타 기관과 기능이 중복되고 민간에서 수행 가능한 24개 기능은 폐지·이관·축소해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준 LH 사장은 “지난 7개월 동안 LH 혁신위원회에서 투기 재발방지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다뤘던 여러 혁신과제들이 LH의 사업 전반에 확산됐다”며 “임직원이 공정·청렴·윤리를 생활화 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1급 부서장의 80%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몸집을 줄이는 대신 현장 인력을 확충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혁신방안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LH는 지난 3일 조직 개편과 간부 인사를 단행하고, 본사에 있던 아홉 개 본부를 여섯 개로 축소했다. 각 본부 산하 처·실도 기능 중복 등을 피한다며 여섯 개를 통폐합했다.

수뇌부도 대폭 교체됐다. 1급 부서장(처·실장) 가운데 80%가 이번 인사에서 교체됐다. 이번 인사에서 LH는 도덕성 논란 재발을 막기 위해 검증위원회를 설치하고, 부서장 후보자들의 부동산 보유자 현황 등을 검증했다. 다주택자 등 투기 행위자는 승진에서 배제하고 이후 투기 행위가 드러나면 사후에라도 승진을 취소시킬 예정이다.

김 사장은 “혁신방안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정책사업 수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과 인사를 실시했다”며 “주택공급 확대 등 정부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지속해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해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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