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속 화재·재판 겹악재로 자질 도마 올라
조 회장 취임 5년, 주력사업 호조 속 최대 실적
코로나19 초기 글로벌 공장 증설 승부수 적중
공장화재·계열사부당지원 재판 연초부터 위기

효성그룹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을 뚫고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핵심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는 연간 매출 8조5960억원, 영업이익 1조4237억원을 기록했다. 사진=효성티앤씨 제공
효성그룹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핵심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는 연간 매출 8조5960억원, 영업이익 1조4237억원을 기록했다. 사진=효성티앤씨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올 초부터 호재와 악재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형국이다. 회장 취임 5년차에 회사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출 효자인 효성티앤씨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형을 구형받아 경영자로서의 자질 검증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현 상황을 비유하는 사자성어로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를 꼽는다. 조 회장이 어떤 혜안으로 연이은 악재를 극복하고 그룹의 성장을 이어갈 묘수를 찾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해외공장 증설, 조 회장 과감한 승부수 적중

효성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며 “올해 역시 친환경에너지부문과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21조2804억원, 영업이익 2조7702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42.3%, 영업이익은 410.2%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다. 이는 주력 사업인 첨단소재 부문 계열사들의 고른 활약 덕분이다. 

글로벌 수요 증가와 판가 상승으로 스판덱스부문 실적이 대폭 늘었다. 회사의 성장 배경에는 조 회장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초기 터키·브라질·중국 등 글로벌 공장 증설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코로나19로 글로벌기업들이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주저할 때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효성화학도 북미, 유럽, 중동지역의 투자에 속도를 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은 19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그룹 매출에서 효성티앤씨의 비중은 상당하다. 회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 8조5960억원, 영업이익 1조423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지주사 체제 전환 후 단일 사업회사로 처음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는 더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신년사에서 "속도와 효율성에 기반한 민첩한(Agile)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직접 현장에 나가 정보를 빠르고 폭넓게 수집, 분석해 디지털전환(DX)을 모든 경영 활동에 활용하자"고 주문했다.

조 회장은 이를 토대로 현장에서 과감한 투자 결단을 내리는 등 사업 확대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앞서 그는 2019년 전라북도 전주에 1조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인 연산 2만4000톤의 탄소섬유 공장 건립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 24일에는 전라남도와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전남에 1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기지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미래사업의 전초기지로 삼는 '청사진'을 그렸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연초부터 잇따라 악재와 맞았다. 효성티앤씨 화재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인한 재판 때문이다. 사진=효성그룹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연초부터 잇따라 악재와 맞았다. 효성티앤씨 화재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인한 재판 때문이다. 사진=효성그룹 제공

◆연초부터 숱한 난관… 웃는 얼굴에 뒤의 쓴웃음

조 회장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의 공장 화재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효성티앤씨의 공장 화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일어난 화재로 주목받았다. 울산 남구 공장에서 지난 23일 발생한 화재는 22시간 만인 24일 진화됐다.

당시 초기 화재를 진압하던 공장직원 2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추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화재로 나일론 원사를 비롯해 생산설비가 불에 탔다.

생산설비 복구는 1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화재 소식은 다음 날인 24일 회사 주가의 영향을 미쳤다. 전 거래일(23일) 기준 7%가량 떨어졌다. 업계는 당분간 제품 공급 차질을 비롯해 회사의 추가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효성티앤씨 측은 화재 발생 후 공시에서 "정확한 화재 발생원인을 조사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울산공장 내 나일론 생산설비 일부만 소실돼 사업을 전면 중단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지난 25일 검찰로부터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징역형을 구형받은 상태다. 검찰은 조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로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를 "총수일가 개인 회사를 위한 사익 편취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에게는 징역 2년과 재판에 함께 넘겨진 임석주 효성 재무팀장(상무)와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에게 각각 징역 1년과 6개월을 구형했다. 이에 조 회장 측은 "TRS는 적법한 금융투자상품이고 GE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수익 목적으로 정상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회장은 최후 변론에서 "면밀히 회사 일을 챙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판 과정에서 배운 점을 경영에 반드시 참고하겠다"고 사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이후 행보에 대해 "조 회장이 우선적으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만큼 추가적인 안전대책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큰 문제는 재판이다. 선고 공판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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