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이슈에 그쳐… 기업 실적개선 살펴야"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투자자들은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수해복구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손해보험주들은 약세를 나타냈다. 사진=이태구 기자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투자자들은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수해복구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손해보험주들은 약세를 나타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이례적인 폭우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증시에선 관련주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침수 등으로 폐기물 처리 등 수해복구 관련주는 웃는 반면, 보험주들은 울상이다.

투자자들이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기대감이 실제 수익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틀간 500mm 넘게 쏟아진 폭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수해복구 및 렌터카 관련주들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 8~9일간 폐기물 처리업체 인선이엔티는 8.8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엔텍도 5.10% 올랐고, KG ETS(3.38%), 자연과환경(1.93%) 등도 강세였다. 이들은 모두 수해복구 관련주로 거론되는 기업들로 기록적인 폭우에 서울 주요 도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이들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오강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폐기물 관리 및 처리는 현대생활의 필수사업군”이라며 “폐기물 수량의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고, 공공기관 사업자의 단가 인상에 따른 민간사업자의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점진적인 폐기물 처리 단가의 반등도 기대된다”며 “환경 이슈가 부각됨에 따라 친환경 처리 기술에 대한 니즈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렌터카 관련주도 상승세를 탔다. 전날 케이카는 전 거래일 대비 6.34% 오른 2만2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케이카는 지난달부터 침수차 보상제를 운영 중이다. SK렌터카와 롯데렌탈도 각각 3.88%, 2.65% 올랐다. 집중호우로 침수된 차량이 늘면서 차량 대여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폭우로 인한 단기적 수혜 이외에도 신차 수급 문제에 따른 중고차 기업들의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차의 경우) 2년에 걸쳐 대기 수요가 누적돼 수급 불균형의 단기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반기 출시 예정 신차들의 가격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중고차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침수 피해 급증으로 손해보험 관련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특히 침수 사고가 주로 발생한 지역이 서울 동남권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고가의 차량이 비교적 많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침수 피해 급증으로 손해보험 관련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특히 침수 사고가 주로 발생한 지역이 서울 동남권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고가의 차량이 비교적 많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자동차 침수 피해 급증으로 손해보험 관련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전날 롯데손해보험은 1.97% 내린 1740원에 거래를 마쳤다. DB손해보험(-1.85%), 한화손해보험(-1.17%) 현대해상(-0.88%) 등도 하락 마감했다. 

이번 폭우로 곳곳의 자동차·건물·도로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침수 차량 증가에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며 손해보험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침수 피해로 인한 보험금 지급은 증가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해액 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우수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유지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3분기 손해보험사의 실적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침수 사고가 주로 발생한 지역이 서울 동남권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고가의 차량이 비교적 많다. 전날 오후까지 상위 4대 보험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 대수만 5000대에 육박하고, 수입차만 1000여대로 추정된다. 

강 연구원은 “2011년에도 강남에 집중호우로 자동차 침수피해가 급증했던 경우가 있었는데, 당시 2위권 손보사(DB손보, 현대해상)는 약 50억~60억원 내외, 삼성화재는 100억원 내외의 관련 보험금 증가 효과가 손해율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침수 피해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보험사들이 초과손해액 재보험 (XOL) 한도까지 손해액을 반영한다면 분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2위권 손보사는 0.7%포인트, 삼성화재는 1.0%포인트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연간기준 손해율에는 0.2%포인트 수준의 상승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선 단발성 이슈에 그칠 테마 투자 시 기업 자체의 펀더멘털 분석을 놓치지 말라는 조언도 나온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도 호우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만큼 매년 여름이 되면 장마·홍수·폭우 등의 키워드와 관련한 수혜기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올해도 렌터카·폐기물 처리업체 등과 관련한 기업들이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해당 기업들의 2000년 이후 월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오히려 호우가 집중되는 7~8월 평균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간보다 더 낮았다”며 “실적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대감에 의한 밸류에이션 변화는 지속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는 만큼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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