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빠져 남매 중 1명 사망, 1명 실종 상태
"맨홀 현황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서울시 "기술 부분 등 개선 조치 검토할 것"

최근 침수로 맨홀 관련 인명피해가 늘어나면서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침수로 맨홀 관련 인명피해가 늘어나면서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115년 만에 내린 폭우로 도심 내 맨홀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지대가 낮은 강남에서는 배수관 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을 뚫고 물기둥이 치솟았고 주변 도로 아스팔트가 부서지는 등 위험한 장면이 잇따랐다. 성인남매가 하수구에 빠져 실종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11일 서초소방서에 따르면 서초구 한 오피스텔 앞에서 남매 사이인 50대 여성과 40대 남성은 길을 걷던 중 맨홀 뚜껑이 없는 하수구에 빠져 실종됐다.  이들은 지난 8일 급류에 휩쓸려 뚜껑으로 빠졌다. 결국 남성은 지난 10일 맨홀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50대 여성은 아직도 실종 상태다.

지난 9일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20대 남성이 길을 지나가던 중 구멍에 빠져 갈비뼈와 발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곳곳에서 뚜껑이 열린 맨홀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피해사례도 이어졌다.

이처럼 무게가 적게는 40kg, 많게는 160kg에 달하는 맨홀 뚜껑은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질 때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침수된 물에 떠다니는 맨홀도 큰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은 물이 가득 찼을 때 보이지 않는 맨홀 구멍이다. 현재 서울시 관내 상·하수도 등이 지나는 맨홀은 총 62만4318개다. 이 가운데 일부 맨홀에는 열림 사고를 막기 위한 뚜껑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으나 이번 폭우와 같은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맨홀 뚜껑 아래에 안전장치로 그물망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으나 평상시 도심 맨홀에는 그물망이 따로 설치돼있지 않다. 오히려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맨홀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불가피한 자연재해에서는 시민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집중호우와 같은 재난 상황에 대비해 서울시가 관계기관과 맨홀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1회 이상 맨홀 점검을 하지만 잠금장치 이상 여부까지 세세하게 확인하지는 못한다”며 “맨홀 잠금장치 현황 등을 파악하고 더 나은 대책이 있는지 기술적인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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