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서 세계 초연
정우성 감독 비롯해 김남길, 김준한 무대인사
진부한 배경을 장르적 다양함, 연기력으로 설득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로 뒤흔들렸던 지난 13일 밤 9시(현지시간). 115년 전통을 지닌 로열 알렉산드라 영화관의 1000여석이 빼곡하게 찼다. ‘SPECIAL PRESENTATIONS’(스페셜 프레센테이션스)라는 화면이 스크린에 지나가며 프로그래머가 단상에 올라 “‘슈퍼스타’ 정우성이 ‘보호자’로 첫 연출작으로 감독 데뷔를 했으며, 극의 주인공도 맡았다”며 소개했다. 우레와 같은 환호와 함께 등장한 정우성, 그리고 김남길, 김준한. 정우성은 ’이전까지 떨리지 않았는데 무대에 오르니까 작품을 선뵈는 게 떨리기 시작한다‘며 ’즐기길 바란다‘는 인사를 했다.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보호자‘의 공식 보도자료에서 소개된 줄거리는 "10년 만에 출소해, 자신을 쫓는 과거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수혁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였다. 어쩌면 제목만 들어도 흔한 소재. 흔한 이야기. 시작부터 예상 가능한 결말을 지닌 ’보호자‘. 실제로 앞의 10분 만에 ’수혁‘(정우성)의 캐릭터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10년 만에 출소했는데 그사이 그의 여자친구 ’민서‘(이엘리야)는 자신의 아이인 ’인비‘를 키우고 있었다.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평범하게 살려는 ’수혁‘을 가만둘 리 없는 조직의 위협 속에 사고사하는 ’민서‘와 납치당하는 ’인비‘. 그리고 ’인비‘를 보호하기 위해 달리는 ’수혁‘.

흔하디 흔한 '납치된 아이 구하기' 내용을 다룬 영화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바로 정우성의 내공이다. 극중 ’수혁‘이 교도소에 가게 된 계기를 소개하는 ’10년 전‘의 모습은 젊은 날 두려울 것 없던 ’비트‘의 ’민’을 떠올리게 했다. 10년 후의 모습은 ’아빠‘가 된 그가 홀로 아이를 키워야 했던 ’민서‘에 대한 미안함, ’인비‘에 대한 부성애, 사랑하는 이들을 위협하는 조직원에 대한 분노, 보호자가 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절박함을 마음 와닿게 전달한다.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과 표현이 데자뷔 돼 스쳐 지나갔다. 정우성은 김남길, 김준한, 박성웅, 이엘리야, 박유나 등 각자의 캐릭터가 또렷하고 개성 있게 연출해 극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보호자‘는 ’정우성 하고 싶은 것 다 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박진감 넘치는 카 드리프트로 시작해 그가 도전하고자 했던 모든 것이 총망라됐다. 액션 영화라고 치부하기엔 로맨스, 드라마,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많은 것을 보여준다. 특히 김남길은 긴장감 가득한 극을 환기하게 하는 개그 캐릭터지만 액션 연기도 놓치지 않는다. 조직의 우두머리인 박성웅의 무게감은 크다. 다만 늘 ’수혁‘에게 밀려 2인자 신세였던 김준한도 강해 보이려 노력하는 그의 발악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코믹함으로 보인다. 끝까지 웃음을 담당한 김남길과 김준한 덕에 정우성은 진중함을 지킬 수 있었고 다양한 장르의 중심이 맞춰졌다.

정우성은 이번 영화제에서 북미 초연된 ’헌트‘와 세계 초연된 ’보호자‘로 세계인들을 만났다. 두 작품에서 다른 시대상을, 장르를 보였으며 그만큼 다채로운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한편 ’보호자‘도 피해갈 수 없었던 고질적인 문제는 대사 전달이다. 몇몇 장면에선 대사 이해를 위해 자막에 의존해야 했다. 음향과 배우들의 음성 간의 전반적인 균형 맞춤은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TIFF 직전 작품이 완성됐다는 점. 반전 요소가 적고 흥미로운 소재가 아닌 만큼 첫 연출작으로 선택하기엔 위험도가 높았음에도 작품 안에 다양함과 캐스팅의 부재 없는, 반짝이므로 가득했던 ’보호자‘였다. 정우성의 감독 데뷔를 축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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