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살인 사건 범인이자 순경 '무철' 역
마지막 회 대본 나오기 전까지도 출연 배우들 범인 모르게 숨겨
영화 '젠틀맨'서 극한의 악역 맡아, 전작과 전혀 다른 모습 보일 것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영화 '탄생'과 '젠틀맨'.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등에 출연하며 2022년을 꽉꽉 채운 배우 박지훈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27일 종영한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방영 중이던 동시기에 방영됐던 인생 파업을 선언한 자발적 백수 여름(김설현 분)과 삶이 물음표인 도서관 사서 대범(임시완 분)의 쉼을 찾아가는 '쉼표 찾기 프로젝트'를 다룬 작품이다. 번아웃에 빠진 여주인공이 팍팍한 일상을 떠나 안곡마을로 오게 된 사연을 담으며 현실 공감을 자극한다.

"요즘 사람들이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순간들이 많이 있잖아요. 작품에서 감독님께서 사회인들이 겪는 공감대를 많이 짚어주셨다고 생각해요. 촬영할 때 설현이가 여름이를 연기하면서 정말 행복해 보이고 그렇다는 말을 여러 번 했는데 서사를 이끌어 가는 배우가 그런 좋은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같이 하는 배우들도 분위기에 함께 묻어가서 예쁜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촬영 현장. 사진=다홍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촬영 현장. 사진=다홍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는 푸른 자연, 고요한 바다, 평화로운 도서관을 배경으로 순박한 안곡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무엇이 '행복'이고 '힐링'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박지훈은 극중 곽무철 역을 맡아 안곡마을의 순경이면서 당구장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분해 또 다른 캐릭터의 반전을 보여줬다.

"사전 제작이고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감독님께서 대본리딩이 끝나고 '무철이네 가족만 남아달라'고 양해를 구하셨어요. 그러면서 '네가 범인인데 이건 어떤 배우에게도 말하지 말아라'며 촬영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려주셨어요. 촬영 진행되는 내내 '범인 너 아니야?'라며 질문 많이 받았는데 11~12부 대본이 공개되기 전까지 가족들만 알고 있었죠. (웃음)“

곽무철은 일명 ‘빌런’이지만 그는 무철이에게 꼭 필요한 서사를 부여하고 싶었다. 극중 그는 어린 시절 원하지 않는 사건과 사고를 겪었고 그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경찰이 된다. 안곡마을에서 사건·사고를 제일 먼저 접할 수 있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통해 주변인을 도우며 죄책감을 터는 것이다. 그릇된 서사가 무너지는 건 11부 마지막 ‘곽무철’ 낙서를 직접 목격하는 장면에서다.

12월 27일 드라마 종영 바로 다음 날 개봉한 영화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다. 지루할 틈 없이 몰아치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 유쾌한 캐릭터의 팀플레이, 불법으로 부와 권력을 쌓은 나쁜 놈을 통쾌하게 응징하면서 높은 만족도를 끌어냈다.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스틸. 사진=KT스튜디오지니 제공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스틸. 사진=KT스튜디오지니 제공

작품은 대만-베트남-몽골을 비롯한 전 세계 42개국에서 개봉을 확정하며 글로벌 흥행 시동을 걸었다. 12일부터 전국 극장 비롯 IPTV(KT 지니TV, SK Btv, LG U+ TV), 디지털 케이블 TV(홈초이스), 위성 TV(스카이라이프), 구글플레이, Wavve, 네이버 시리즈 ON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손명호는 실제로 모티브가 된 인물이 있는데요. 감독님 지인 중 음악 하며 타투를 전문적으로 하는 타투이스트가 계세요. 거기에 마약까지 한다는 설정을 더한 인물이죠. 퇴폐적이고. 음악에 젖어있는. 여성들에게 GHB를 몰래 먹이고 집에 데려간 다음 보스인 권도훈(박성웅 분)에게 넘기는 등 나쁜 일을 도맡는 악역이에요."

'젠틀맨'의 중반까지는 검사인 김화진(최성은 분),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 분) 모두 손명호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손명호를 뒤를 쫓다가 윗선이 권도훈인 걸 알게 된 김화진과 지현수는 악인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손명호는 소위 표현하는 '중간보스'라고 할 수 있다. 박지훈은 이미지적으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기에 10㎏을 감량했으며 장발 가발, 반바지 입는 날엔 다리 전체를 타투 분장을 했다.

"감독님의 캐스팅 조건은 5㎏ 감량이었는데 대표님은 10㎏이었어요. 첫 촬영까지 3주 만의 시간이 있어서 극단적으로 감량했는데 8㎏ 감량에 성공했죠. 매일 매일 분장만 2시간에서 3시간이 걸렸어요. 촬영 끝나고 지우는데도 1시간이 걸렸죠. 연기로 충격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있고 시각적으로 큰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이 있잖아요. '젠틀맨'은 그런 면에서 시각적으로 욕심이 났던 작품이죠.“

영화 '탄생' 촬영 현장. 사진=다홍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탄생' 촬영 현장. 사진=다홍엔터테인먼트 제공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메가 히트작을 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앞으로 10년은 더 연기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정말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탄생’은 종교적 색채가 있고 종교적인 영화라고 생각을 하지만 김대건이라는 인물에 대한 일대기거든요. 저는 영화를 세 번 봤는데 세 번 다 느낌이 달랐어요. 종교가 없어서 제가 그런 지점에서 느낀 건 없지만 작품 자체로도 감동적이고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꼭 관람하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를 함께한 임시완과 설현에게도 ”긴장감을 놓고 가지 않게끔 해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어쩔 수 없었던 무철이의 서사에 시청자들이 용서해주기를. 그는 연기자로서 무철이란 캐릭터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범인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이다.

영화 '젠틀맨' 촬영 현장. 사진=다홍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젠틀맨' 촬영 현장. 사진=다홍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으로 범인 역할에 저를 많이 써주셔도 될 것 같고요. (웃음) ‘젠틀맨’은 앞선 작품들과 전혀 다른 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제겐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눈 깜짝하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가 재미있어요. 2022년 여러 작품을 참여하며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지난 한 해 사랑과 관심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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