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밖에서 고객들이 서성이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밖에서 고객들이 서성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서영백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초고속 파산 배경으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활성화가 거론되면서 국내 인터넷 은행 등의 모바일 뱅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국내 인터넷 은행에서 고객 자금이 이탈하는 이른바 ‘폰 뱅크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SVB 파산과 같은 사태가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므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에 나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는 자금 위기가 발생한 지 이틀도 안 돼 파산했다. 현지언론은 SVB의 초고속 파산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스마트폰'을 꼽았다. 은행 앞에 줄을 서서 예금인출을 시도하던 과거의 뱅크런과는 달리 스마트폰 뱅킹 앱에서 숫자 몇 번을 누르는 것만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모바일뱅킹이 활성화 돼 있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뱅킹 일평균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17.3% 확대된 1648만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이용 금액도 14조2000억원으로, 10.3%나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합금융회사의 연쇄 부도, 2011년 저축은행 부실 등으로 뱅크런이 나타났다.  만약 한국에서도 또다시 위기가 발생한다면 SVB 사태와 비슷한 '디지털 뱅크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 은행이 파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의 디지털화 확산에 따른 금융회사의 유동성리스크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금 이체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디지털 뱅크런 발생 가능성이 대두됐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사태를 대비한 금융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와 관련해 “인출 금지 명령 등 시장조치를 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금융감독원은 당장 SVB 사태가 인터넷 은행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SVB 사태 발생 후 금융권 리스크를 점검한 결과 인터넷은행의 경우 1인당 평균 예금액은 200만원대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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