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
지난해 5월부터 총 10차례 상담 신청

극단적 선택한 교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정문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극단적 선택한 교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정문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교사 A씨가 이달에만 학교 측에 3차례 업무 관련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이달까지 학교 측에 총 10차례 상담을 신청했다. 지난해 2건, 올해 8건이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이달에 3건의 상담을 요청했는데, 이 가운데 2건은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필 사건은 지난 12일 발생했다. A씨는 이튿날인 지난 13일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하면서 이 사건을 보고했고, 학교 측은 학생과 학부모의 만남을 주선해 사안을 해결했다.

하지만 A씨는 재차 상담을 요청하면서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안도했는데,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해 놀랐고 소름이 끼쳤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에게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번달에 상담을 요청하면서 문제행동을 하는 또 다른 학생의 학부모에 대한 고충도 털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학생과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는 취지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의 잘못이 아니며 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학생과 학부모로 인한 지속적인 업무 스트레스 호소에도 학교 측 상담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학부모 민원 응대를 개별 교사가 아니라 단위 학교나 교육청에서 맡는 등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2년차 교사였던 고인은 지난 18일 오전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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