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현지 자동차 강판 판매 부진에 법인 매각 착수
포스코·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계 탈(脫)중국 행보 가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신시장' 발굴 필요성 강조돼

최근 국내 기업들의 탈중국 행보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최근 현대제철도 현지 자동차 강판 판매 부진으로 중국 법인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사진=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 갈무리
최근 국내 기업들의 탈중국 행보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최근 현대제철도 현지 자동차 강판 판매 부진으로 중국 법인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사진=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 갈무리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최근 중국 법인의 지분을 팔고 생산시설을 정리하는 등 이탈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지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반기보고서를 통해 매각 예정 자산으로 중국 법인인 ‘현대스틸 베이징 프로세스’, ‘현대스틸 충칭’을 공시했다. 해당 법인들은 자동차 강판을 재가공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에 공급하는 거점 역할을 해 왔다. 

다만 과거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실적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실제 베이징 법인의 경우 2002년부터 현대차와 기아 중국 공장에 강판을 납품해 왔는데 최근 5년간 1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중국시장 내 현대차와 기아의 부진이 장기화되는 등 이에 현대제철은 사업 리스크를 고려해 남은 법인과 통합 운영을 통해 효율화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경기침체도 현지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남은 텐진, 장쑤, 쑤저우 법인 3곳도 정리 대상으로 거론된다. 현대제철은 이와 관련 추가 법인 청산 계획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대제철뿐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이 탈중국 행보를 본격화했다. 동종 업계인 포스코와 동국제강도 지난해 보유 중인 현지 법인 지분 각각 50%, 90%를 각각 매각한 바 있다.

현대차 역시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하는 등 중국 사업의 비중을 낮추려는 모습이다. 당장 인도 소재 제너럴모터스(GM)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며, 생산 거점 다각화에 속도를 냈다. 현지 수요 부진이 길어지자 신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앞서 중국은 국내 기업들의 최대 시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축으로 진행 중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현지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탈중국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업계도 이미 탈중국 행보에 동참했고 북미지역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데 집중한 상태다. 미 정부가 보조금 지급 정책으로 각 기업의 생산공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대미 투자를 대폭 강화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열린 제주포럼에서 기업들의 탈중국 러시와 관련 “시장이 여러 개가 됐고, 우리가 넘버원이였던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 발굴에 우리가 직접 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시장 발굴에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큰 변화 없이 중국을 업어 타고 이익을 내던 시절이 끝나고 있다는 최 회장의 진단에 재계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내수 회복 기대감이 사라진 것도 탈중국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첨단산업분야에 대한 중국 견제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인도와 베트남 등 신흥시장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며 ”근래와 같이 글로벌 분업화가 깨지는 상황 속 한 국가에 높은 의존도는 공급망 등의 리스크를 키울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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