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딥체인지' 내세우며 지속가능성장 사업구조 구축 나서
무리한 사업진출, 경영진 반대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 승부수 던져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탑재 성공… 자산 327조3000억으로 키워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취임 25주년을 맞았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줄도산하던 시기 회장직에 오른 그는 ‘혁신적인 변화(딥체인지)’를 강조하며 SK그룹 자산을 10배 이상 키웠다.
일명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를 탑재해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질적 성장에도 성공했다.
◆사업체질 ‘글로벌’과 ‘기술’ 중심으로 변화
최 회장은 1998년 8월 고 최종현 선대회장 타계 후 9월 1일 회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는 외환위기로 굴지의 대기업들까지 연이어 문을 닫던 암울한 시기였다.
38세의 젊은 나이로 그룹 수장을 맡은 그는 취임 직후 딥체인지를 내세우며 지속가능성장을 할 수 있는 사업구조 구축에 나섰다. 당시 주력분야였던 에너지와 정보통신 두 분야만으로는 지속가능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반도체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도약의 승부수를 던졌다. 무리한 사업진출이라는 주요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였다.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무대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하이닉스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룹의 사업체질을 ‘글로벌’과 ‘기술’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2012년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손에 넣고 반도체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갔다. 업황 부진으로 대부분의 반도체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전년 대비 10%가 증가한 3조9000억원을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쏟아부었다.
이후 키옥시아,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부, OCI머티리얼즈, LG실트론 등을 인수해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그룹 차원의 전폭지원을 등에 업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며 글로벌 톱 티어 회사로 발돋움했다.
◆“변화 과제 도출해야 한다”… 다시 한번 딥체인지 언급
SK그룹의 기업가치를 한 단계 높인 최 회장은 배터리와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을 완성하기 위함이었다.
배터리분야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개발·제조·솔루션기업 SK온이 국내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북미, 유럽, 중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도 구축했다. 지난 2017년 1.7기가와트시(GWh)였던 SK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5년 만에 50배 수준으로 성장해 지난해 말 88기가와트시(GWh)까지 확대됐다.
SK그룹의 또 다른 성장축인 바이오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1999년 국산 신약 1호 항암제 ‘선플라’를 개발했고, SK바이오팜은 지난 2015년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으로 영역확장을 위해 지난 2017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을 인수했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기업 앰팩 지분 100%를 사들였다.
지난 2019년에는 한국(SK바이오텍)·미국(앰팩)·유럽(SK바이오텍 아일랜드)에 걸친 위탁개발생산 사업 통합 운영을 위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이로써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탑재를 마무리 지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했던 1998년 당시 SK그룹의 자산은 32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 5월 기준 그룹 자산 규모는 327조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24조2000억원으로 6배, 영업이익은 2조에서 18조8000억원으로 9배 뛰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 SK그룹 지식경영 플랫폼 ‘이천포럼 2023’에서 “‘딥 체인지’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전에 없던 변화 과제를 도출하고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다시 한번 혁신을 강조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천포럼에 모인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딥 체인지’ 실천 가속화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며 “조직별로 최적의 방안을 디자인해 적극 실행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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