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영업익 428억 …전년 동기 대비 60% 줄어
백신업계 독감백신 영업력 총동원… TV광고 등 출혈 경쟁
녹십자,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IVIG-SN’ 미국 허가 기대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백신 시장 경쟁 가열과 수출부진 등 영향으로 GC녹십자의 실적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각에서 2005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GC녹십자는 신규 모멘텀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IVIG-SN’ 미국 진출에 기대를 거는 한편, 헌터라제 매출 회복과 CMO 사업 수주로 실적 반등을 꾀할 방침이다.
◆3분기 영업익 328억… 작년 대비 32.8%↓
6일 GC녹십자가 공시한 3분기 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이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4597억원 대비 4.4% 감소한 4394억원으로 나타났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221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조2998억원보다 6% 줄었다.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8억원과 비교해 32.8% 감소했다. 3분기 누적치는 428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1037억원 대비 60% 가까이 줄었다. 3분기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둔 순이익은 713억원이다.
GC녹십자의 이같은 실적악화는 주력사업인 백신시장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다시 진입하는 등 경쟁사 증가로 인한 업체 간 출혈경쟁과 고마진 제품 헌터라제 수출 부진이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마무리된 ‘2023~2024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지원(NIP)’ 입찰 결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대물량을 따냈다.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백신에 올인 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엔데믹 이후 독감 백신 시장에 다시 돌아왔다. 녹십자 입장에선 최대 경쟁사가 다시 시장에 복귀한 셈이다.
당초 시장은 GC녹십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와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백신 접종자 증가를 예상한 경쟁사들이 예상보다 낮은 단가를 써내면서 수주량 4위에 머물렀다.
GC녹십자가 당시 확보한 물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글로벌 백신기업 사노피도 NIP 물량확보에 적극 나섰고, 일양약품은 이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해 170만도스를 가져갔다.
◆국내 혈액제제시장 포화… 미국 진출 사활
정부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GC녹십자는 수익성이 높은 민간시장에 집중해 만회를 노리고 있으나 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입찰 가격출혈 경쟁에 이어 마케팅비용 출혈경쟁도 심화되고 있어서다.
백신 접종이 한창인 지금 공급사들은 2000억원 민간 시장 공략을 위해 영업력을 총동원하며 TV광고까지 하고 있다. GSK는 지난 9월부터 독감 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 광고에 배우 차인표를 등장시켰다. 같은 달 사노피 역시 TV 광고를 통해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수익성이 좋은 헌터라제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마진의 헌터증후군 희귀질환 치료제 헌터라제가 러시아 전쟁 장기화와 이집트 환율 이슈 등으로 수출이 부진해 일반제제류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기준 헌터라제를 포함한 일반제제류가 GC녹십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8%다. 35.3%를 담당하는 혈액제제류와 함께 회사 매출을 이끌고 있다. 허 연구원은 “고마진 헌터라제 수출부진과 국내 백신 물량 감소 등 영향으로, 올해 녹십자 실적은 2005년 이후 가장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렇다 할 매출 모멘텀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IVIG-SN’ 미국 허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GC녹십자는 2015년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품 허가를 신청하면서 미국 혈액분획제제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증권 서근희 선임연구원은 “(녹십자는) 최근 실적부진과 모멘텀 부재 등으로 주가가 부진했다”며 “내년에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난 실적 성장 전망되나 ▲IVIG-SN 10%의 미국 판매 전략 ▲부진했던 헌터라제 매출 회복 ▲CMO 수주 현황 등이 구체화되는 것이 기업 가치에 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여러 차례 좌절 끝에 현재 ‘GC5107B(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10%)’에 대한 품목허가신청서(BLA) 허가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 측은 FDA의 최종 허가가 나오면 내년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혈액제제시장은 녹십자가 모두 차지했다. 국내 시장만으로 매출 확대가 쉽지 않다고 본다”며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미국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