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 나선 기업들, 매각 적기 판단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대기업들이 줄줄이 호텔 매각에 나섰다. 국내 호텔 산업이 호황기에 진입하면서 매각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유동성 우려 해소를 위해 L7과 롯데시티호텔 2~3곳의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관련 매각 규모는 6000억원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 호텔롯데가 보유한 부동산 공시지가가 6조736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일부를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게 롯데 측의 구상이다.
DL그룹 역시 글래드 호텔 3곳을 묶어 매물로 내놨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매각 예상가는 6500억원 전후다. 이번 자산 매각이 성공하면 DL은 건설, 화학, 에너지 등 주력사업에 쓸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된다.
매각 대상은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 ▲메종 글래드 제주 등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한 전체 호텔 자산이다. 여기에는 DL그룹이 운영만 맡고 있는 글래드 마포의 운영권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높아진 재무 부담을 낮추거나 전략적인 사업에 신규 투자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목적이다. 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호황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매물로 내놓은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달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객실점유율(OCC)는 80%에 달했다. 호텔 OCC가 80%를 유지할 경우 사실상 고객이 모두 입실한 ‘만실’ 상태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알스퀘어가 발간한 ‘2024 호텔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호텔 거래 시장 규모는 약 2조1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조8000억원 증가했다.
IB업계는 지난해부터 국내 호텔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든 만큼 대기업 호텔들이 매물로 등장하면 다수의 국내외 원매자들이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투자자산으로서 호텔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호텔·관광업계 시장 회복세로 점차 안정적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