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일본과의 철강 교류는 득과실, 잘 계산해봐야”
다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 “한국에 무역발동 조치 필요”
트럼프 행정부, 韓에 철강관세 높일 가능성 배제 못해
중국 반덤핑 공세, WTO 제소 및 산업부 관세 조치예고

[서울와이어 박제성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발 반덤핑 공세로 작년 실적이 크게 주춤한 가운데, 올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변수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일본 역시 최근 철강 관세 문제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철강 시장 전반이 혼란에 빠졌다는 평가다.
◆ 중국발 저가 공세·트럼프 2기 변수로 ‘이중고’

중국의 대규모 반덤핑 관세는 작년부터 국내 철강사의 실적을 크게 압박해왔다. 이어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처럼 무역확장법 제232조 근거로 철강 관세를 25%로 올리는 고강도 조치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25% 관세 대신 수출 물량을 70%로 제한(쿼터제) 하는 조건으로 타협했지만, 이번에도 추가 관세 인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재협상을 통한 관세 인상 회피”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중국발 반덤핑 관세와 미국발 철강 관세 ‘이중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작년 실적 ‘먹구름’… 철강 5대사 영업이익 일제히 줄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작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24.20% 감소한 2조6769억원, 현대제철은 60.62% 감소한 3144억원으로 집계됐다. 동국제강(-56.48%), 세아제강(-53.27%), KG스틸(-19.48%) 등 주요 업체들이 모두 큰 폭의 감익이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발 저가 수출(덤핑)로 인한 국내 시장 잠식이 심화되자, 현대제철 등은 정부에 중국산 스테인리스 철강관세 부과를 요청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저가 중국 압연 강판 수입 확산을 막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고, 약 26%의 관세를 부과할 지 심사 중에 있다.
◆ “일본과도 관세 충돌 조짐… 업계 ‘카오스’ 양상”

설상가상으로, 한‧일 간 철강 관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가 작년 말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요청하자, 최근 일본철강연맹은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무역조치 발동을 시사했다.
이마이 다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은 “수입 증가로 일본 철강사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어 무역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한‧일 간 관세 장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특히 한국이 지난해 수입한 열연강판 372만 톤 중 52%가 일본산(194만 톤)으로, 일본산 열연강판이 한국산보다 약 10% 저렴하다. 엔저(엔화 약세)와 일본 내 건설·자동차 경기 부진 등으로 일본산이 싼 값에 수출되고 있는 것이 요인이다.
◆ “일본산 반덤핑 조치, 실보다 득이 클까?”

일본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업계 내에서는 득실을 놓고 이견이 나온다. 한국 철강업계가 일본에 수출하는 규모가 약 5조3000억원에 달하고, 수출량 비중 역시 12.8%로 상당하다는 점에서, 양국이 관세 공방을 펼치면 상호 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포스코는 일본 완성차 기업에 고부가가치 자동차 강판을 공급해 왔기에 이번 갈등에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현대제철을 제외한 동국제강·세아제강·KG스틸 등 열연강판을 가공해 컬러강판을 만드는 업체들은 절반가량 원재료를 일본 등에서 조달하고 있어, 수입 관세가 생길 경우 원가 급등이 불가피하다. 이들 업체로선 “일본과의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분위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반덤핑 공세로 이미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무역정책 가능성과 일본과의 관세 갈등까지 겹쳐 사실상 ‘삼중고’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정부와 업계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국제 협상력을 높이고, 내수‧수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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