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연달아 미국 집단소송 피소
패소시 거액 손배 위험…기업 명운 좌우
기업 입장에선 ‘저승사자’…대응 총력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기아·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집단소송(class action)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법체계에서 집단소송은 강한 구속력을 갖고, 패소 시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아·LG엔솔 연달아 집단소송 피소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케리 피케(Kerri Ficke)라는 한 소비자가 기아를 상대로 제조 결함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그는 이 사건을 집단소송으로 격상해 달라고 요청하며 원고는 자신을 포함해 2021~2023년형 ‘소렌토’, 2023~2024년형 ‘스포티지’를 소유하거나 리스한 집단이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케는 기아 차량의 연료 인젝터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며 기아 측에서 이를 오랜 기간 알고 있었음에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해당 연료 인젝터는 누유 및 내부 필터 손상을 야기해 조기 고장에 이를 수 있다”며 “예기치 않은 급격한 동력 상실, 연비 저하, 배기가스 증가, 엔진 과열 등 여러 문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아는 고객 불만 기록, 대리점 수리 기록,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기록 등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적절한 수리 또는 리콜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집단소송 인증 ▲징벌적 손해배상 ▲실제 소비자가 입은 손해배상 ▲수리 또는 리콜 ▲보증 기간 연장 등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도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미시간 동부 연방지방법원 남부지원에 따르면 미 전역 수백 명은 고소장을 제출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제조한 쉐보레 ‘볼트EV’ 차량의 배터리가 결함 및 화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차량은 GM이 판매한 2017~2022년형 볼트EV 차량이다. 원고는 여기 탑재된 60kWh(킬로와트시) 350V 리튬이온 배터리가 결함을 일으켜 차량이 전소하는 등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여기 쓰인 배터리는 GM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LG전자 미국법인과 협업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당시 200마일(약 321㎞) 이상의 주행거리를 갖췄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 주행거리를 달성하기 위해 완충하게 되면 과열과 화재 위험이 발생한다는 치명적 문제가 미 전역에서 보고됐다. 이에 2017년 NHTSA은 소비자와 기업 측에 과충전 시 열폭주에 따라 화재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불거지자, 2021년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GM에 14만3000대의 볼트 차량 리콜 비용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변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1억5000만달러(약 2100억원) 규모의 보상 기금을 설정하고 소비자에게 개별 보상을 진행하는 등 한국 배터리 업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그럼에도 이번 집단소송장이 재차 들어오자 LG에너지솔루션은 재판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단소송 패소시 기업 명운까지 좌우
기아에 제기된 소송과 같이 미 법원이 집단소송 인증 절차를 진행하는 이유는, 미국에서 집단소송은 단순히 여러 명이 같이 소송을 냈다는 사실로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법적 효력이 동시에 미치기 때문에 절차적 공정성과 대표성을 법원이 인정해야 한다.
집단소송이 벌어지는 이유는 소비자 권리보호와 기업의 책임 강화, 사법 효율성 증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저승사자’와 같은 제도다. 개인 소송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막대한 손해배상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5년 폭스바겐그룹이 ‘디젤게이트’에 연루됐을 때 집단소송에서 패소해 150억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 손해배상으로 인해 이후 수년간 폭스바겐그룹은 연구개발이 늦어지고 자동차 원가절감에 나서는 등 회사의 존폐가 위험했다.
2018년 페이스북도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자 수백만 명이 집단소송에 참여해 7억2500만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50억달러의 벌금을 지불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페이스북은 상호를 메타로 바꾸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해 겪는 위험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이 집단소송”이라며 “물론 집단소송 승소 문턱이 높긴 하지만 패소 시 엄청난 징벌적 손해배상이 부과되기 때문에 대응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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