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흡수성 고분자 및 제조법' 유럽 특허 제3070114호 취소 유지
절단 금형 구멍 형상 진보성 부정돼…재심 청구 어려울 듯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이민섭 기자] LG화학이 일본 화학기업 닛폰쇼쿠바이(Nippon Shokubai)와 벌인 유럽 특허 분쟁에서 유럽특허청(EPO) 항고심으로부터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초흡수성 고분자(SAP) 기술에 관한 LG화학의 유럽 특허가 진보성 부족을 이유로 무효화되면서, 1심 이의심판에 대한 항고도 기각됐다.
현지시간 지난 7월 15일 유럽특허청은 LG화학의 유럽 특허 제3070114호(초흡수성 고분자 및 그 제조방법)에 대한 항고를 기각했다. 지난 19일 공개된 이 판결은 2023년 6월 30일 이의심판부가 내린 특허 취소 결정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 사건은 닛폰쇼쿠바이가 LG화학의 특허에 대해 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전체 무효화를 요청하며 시작됐다. 이의심판부가 닛폰쇼쿠바이의 손을 들어주자, LG화학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항고심에서도 기존 판단이 뒤집히지 않았다.
항고심은 유럽특허협약(EPC) 제56조(진보성 요건)와 항고심판절차규칙(RPBA) 제11조를 근거로 “1심으로 환송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 직접 심리 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초흡수성 고분자는 기저귀나 생리대 등 위생용품에 사용되는 고분자 물질로, 자체 중량의 수백 배에 달하는 액체를 흡수하는 특성을 지닌다. LG화학은 이 특허에서 구멍의 모양 및 수에 따른 AUL(가압하 흡수 능력)과 CRC(원심보수능) 개선 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항고심은 LG화학이 제출한 실험과 비교예의 기술적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구멍의 형상이 원형이 아닌 경우 둘레 길이가 늘어난다는 점은 단순한 기하학적 사실에 불과하며, AUL·CRC 수치 개선 역시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LG화학이 주장한 ‘구멍 수 n=10~30’이라는 수치 역시 별다른 기술적 효과를 제공하지 않아 진보성이 결여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패소에도 LG화학은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문제가 된 특허는 사업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며 “추가 대응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 LG화학은 2008년 코오롱으로부터 SAP 사업을 인수하며 관련 시장에 진출한 이후, 생산능력을 7만t에서 50만t까지 확대해왔다. 현재 유럽 지역에만 수백여 건의 SAP 관련 특허를 보유 중이며, 이번 건은 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유럽특허청 항고심의 기각 결정은 재항고 불가 및 재심 가능성도 낮은 ‘사실상 종결 결정’이어서, LG화학의 해당 특허는 완전히 소멸될 전망이다. 유럽특허청은 독립기관으로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나 위법성이 없는 한 항고심 결정에 대해 재심을 허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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