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싼 소비자, 엔진 인젝터 결함 주장
여러번 수리 후에도 지속 문제 발생
해당 엔진 한국에서 리콜 사례 있어
집단소송 결과 따라 리콜·보상 가능성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현대차 미국 본사.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미국 본사. 사진=현대자동차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현대자동차가 과거 한국에서 리콜한 바 있는 엔진이 미국에서 비슷한 이유로 결함 소송이 제기됐다.

집단소송(class action)을 신청한 원고는 현대차가 해당 결함을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거나 은폐했다고 주장했는데, 소송 향배에 따라 거액의 리콜 또는 피해보상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美 투싼 차주, 집단소송 승인 신청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앨라배마주(州) 중부 지방법원에 따르면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을 구매한 알렉산드라 로페즈(Alexandra Lopez)는 자신을 집단의 대표자로 칭하며 현대차·현대차 아메리카·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법인을 상대로 제품 결함 집단소송을 걸었다. 

다만 집단소송은 재판부가 적절성을 검토한 뒤 승인이 나야 진행된다. 

소송장. 사진=미 앨라배마주 중부 지방법원
소송장. 사진=미 앨라배마주 중부 지방법원

로페즈가 문제 제기한 엔진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도된 ‘세타3’ 2.5리터 직렬 4기통 엔진으로 ‘스마트스트림’이라고도 불린다. 이 엔진은 MPI(다중 분사)와 GDI(직접 분사)를 모두 사용하는 듀얼 포트 연료 분사 시스템(DPFI)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로페즈는 “이 엔진에는 설계 또는 제조상의 결함이 존재해 정상적인 조건에서도 GDI 인젝터가 급격히 오염되거나 열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대차는 해당 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판매했으며 결함 부품을 재설계하거나 교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결함은 2022~~2023년형 투싼·산타크루즈, 2021~~2023년형 싼타페, 2020~2023년형 쏘나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덧붙였다.

◆엔진 핵심 부품 인젝터 문제제기

소장에 따르면 조지아주 알파레타에 거주하는 원고 로페즈는 2021년 7월 투싼(2022년형)을 신차로 구매했다. 이 차량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조돼 출고됐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25년 5월 30일, 그는 차량 운행 중 엔진이 심하게 떨리며 동력이 상실되는 일을 겪었다. 

다음날 그는 차량을 서비스 센터에 입고시켰고, 주행거리 3만6682마일(약 5만9000㎞)에서 연료 인젝터 고장이 진단됐다.

수리점은 4개 연료 인젝터 모두를 교체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공식 정비 지침(TSB)에 따른 수리에도 여전히 동일한 증상이 반복됐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 엔진의 인젝터 결함에 대해 여러 차례 TSB를 발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0월 발행한 TSB에서 현대차는 연료 인젝터를 교체하라고 지시했고, 2023년 3월과 6월 발행된 TSB에서는 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 모델 범위를 확대했다. 

2025년 1월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TSB에 업데이트 했는데, 연료 인젝터가 하나만 고장났더라도 네 개 인젝터 전부를 교체하라는 내용이었다. 

로페즈는 “현대차 TSB의 문제는 4차례 개정에도 계속 같은 부품으로 교체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라며 “즉 근본 설계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단순히 교체만 반복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로페즈가 제기한 문제 부품. 사진=미 앨라배마주 중부 지방법원
로페즈가 제기한 문제 부품. 사진=미 앨라배마주 중부 지방법원

◆“현대차 알면서도 대응 미온적” 주장

로페즈는 현대차가 이 사실을 알고도 대처에 미온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차는 사전 생산 테스트, 설계 분석, 소비자 초기 불만, 보증 데이터, 대리점 수리 내역, 결함 원인 분석 등을 통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접수된 불만사항을 모니터링 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리 및 보증 데이터에서도 대규모 인젝터 고장 패턴이 있었지만 이를 공개하거나 근본적 수리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로페즈는 현대차가 구체적으로 ▲명시적·묵시적 보증 위반 ▲조지아주 소비자보호법 위반 ▲일반 불법행위상 사기(fraud) ▲매그너슨-모스 보증법 위반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집단 소송 승인 ▲현대차에 대해 손해 배상 및 환불 명령 ▲징벌적 손해배상 ▲결함·위험성 공지 후 수리 완료 전까지 무료 대차 제공 등을 요청했다. 

◆비슷한 결함으로 한국서 리콜 진행된 적 있어

한편 이번 문제가 제기된 스마트스트림 2.5 엔진은 국내에서도 인젝터 불량으로 리콜이 진행된 바 있다. 

국토교통부가 2019년 9월 5일 발표한 인젝터 리콜 정보. 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2019년 9월 5일 발표한 인젝터 리콜 정보. 사진=국토교통부

2019년 9월 5일 국토교통부는 그해 6월 20일~8월 30일 생산된 K7을 리콜했다. 당시 국토부는 인젝터 끝단 연료 분사량을 조절하는 볼의 제조 불량으로 코팅이 일부 벗겨져 연료가 과분사 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 집단소송은 요건이 엄격해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만약 원고가 한국에서 리콜이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면 법원이 허가해 줄 가능성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집단소송은 일반 소송에 비해 배상 규모가 크고 소송 기간이 길기 때문에 기업에 상당한 압박”이라며 “소송 결과에 따라 미 전역 리콜 또는 피해보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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