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고 주장 모순적”…KB은행 1심서 승소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KB Bank Indonesia, 이하 KB뱅크)이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승소했다. 인도네시아 지방법원은 은퇴 공무원이 제기한 대출계약 무효 및 손해배상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계약이 적법하게 체결됐다고 판결했다.
현지시간 18일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주(州) 파티(Pati) 지방법원에 따르면 원고 사리민 빈 사니판(Sarimin bin Sanipan)씨는 2019년 12월 5일 KB뱅크와 2억8500만 루피아(약 2400만원) 규모의 퇴직연금 담보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그는 공무원 신분으로 퇴직을 앞두고 있었고, 이를 근거로 KB뱅크와 퇴직연금(SK Pensiun)을 담보로 한 대출계약을 맺었다. KB뱅크는 이 서류를 근거로 대출을 실행했고 계약은 정상적으로 발효됐다.
하지만 이후 상환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다. 원고 측의 할부금이 일부 연체되자 KB뱅크는 담보로 잡힌 연금 계좌를 차단하고 적립금을 상계 처리했다. KB뱅크는 연체 관리와 채권 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원고 측은 생활이 곤란해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리민은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소장에서 ▲계약 체결 시점에 SK Pensiun 원본 문서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은행이 대출 실행 과정에서 일부 금액을 공제했다는 점 ▲연금 계좌를 일방적으로 차단해 생활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은행이 불법행위(Perbuatan Melawan Hukum) 및 채무불이행(Wanprestasi)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소장에서 “은행이 고의로 허위의 퇴직연금 문서를 담보로 내세우게 하고, 대출 실행금 5337만 루피아를 공제한 채 지급했으며, 이후에는 연금 계좌까지 동결해 노후 생계를 위협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인도네시아 민법 제1320조(계약의 유효요건), 제1328조(기망), 제1321조(강박·착오에 의한 무효)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라며 계약 전체가 무효로 선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B뱅크는 이를 즉각 반박했다. KB뱅크 측은 원고가 대출 계약서와 연금담보 서류, 상환 스케줄표, 계좌 내역, 보험증권 등 방대한 문서에 서명한 사실을 제시하며 계약이 적법하게 체결됐다고 밝혔다.
특히 원고가 실제로 2억8500만 루피아 전액을 수령했고, 그 중 일부는 ‘유예기간(Grace Period) 자금’으로 설정돼 상환 초기 이자 납부가 면제되는 구조였음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은행은 원고가 상환 의무를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KB뱅크 측은 원고가 상환 의무를 거듭 저버린 만큼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쪽은 오히려 자신들이라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원고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불명확·모순된 소송(Obscuur Libel)에 불과하다며 재판부에 청구 기각을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원은 KB뱅크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대출계약은 인도네시아 민법 제1320조가 정한 계약 성립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시했다.
민법 제1320조는 계약의 성립 요건으로 ▲당사자의 합의 ▲적법한 원인 ▲특정한 목적 ▲법이 요구하는 형식을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모든 요건이 충족된다고 봤다.
또한 원고가 제기한 ‘연금증서 미존재’와 ‘대출금 임의 공제’, ‘연금계좌 불법 차단’ 등의 주장 역시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은행이 제출한 계약서와 담보 서류, 계좌 내역 등은 모두 적법하게 작성·관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계약 당시 실제 대출금을 수령한 사실도 확인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청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자기모순적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 역시 전액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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