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베트남, 美 타이어 수출 전진 기지
美 국제무역법원, 상무부 AD 결정 최종 확정
상계관세 현실화…관세 비용 부담 증가할 듯
금호타이어, 베트남 생산량 증가 계획 차질 전망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금호타이어 베트남 공장 전경. 사진=금호타이어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금호타이어가 미국 정부가 부과한 베트남산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 상계관세에 반발해 항소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베트남을 미국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한 금호타이어는 상호관세에 더해 이번 상계관세까지 부담하게 되며 수출비용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상무부의 ‘보조금’ 판단 두고 충돌

22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티모시 M. 레이프(Timothy M. Rief) 판사는 금호타이어 베트남 법인(이하 금호타이어)이 제기한 상계관세 계산 오류 주장을 기각하고 상무부의 결정을 유지했다. 레이프 판사는 “2019년도분 베트남산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 보조금 조사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판단을 인용한다”고 말했다.

상계관세(AD)란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보조금을 줘서 수출품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경우, 수입국이 그 불공정 이익을 상쇄하기 위해 추가로 매기는 관세를 뜻한다.

이번 사건은 상무부가 지난 2020년 ▲토지 사용권 저가 취득과 ▲베트남의 환율 저평가가 ‘보조금’에 해당할 수 있어 상계관세를 매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며 벌어졌다. 2021년 5월 상무부는 이를 근거로 베트남산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에 대해 보조금이 존재한다고 최종 판정했다. 베트남 환율이 달러 대비 4.7% 저평가돼, 상무부는 환율에만 1.69%의 상계관세를 매겼다.

이 소식이 들리자 베트남에서 대형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직접 당사자로서 CIT에 소송을 제기했다. 상무부의 보조금 판단 근거에서 사실 착오 또는 자료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2024년 10월 CIT는 1차 판결에서 “토지 사용권 저가 취득은 보조금 성격이 맞다”며 “환율 저평가 프로그램의 경우 보조금으로 볼 법적 근거는 있으나, 금호타이어 측 주장대로 정밀 분석에 대해 상무부는 증거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IT는 상무부의 상계관세 판단 전체를 부정하기 보다는 일단 근거를 보완해 다시 재판하겠다며 환송을 결정했다.

CIT 판결문 1면. 사진=CIT

◆ 法, 상무부 주장 인용…상계관세 확정

이후 열린 심리에서 상무부는 증거를 보완해 금호타이어의 주장을 반박했다.

상무부는 데이터 오류 주장에 대해 “베트남 정부가 일부 환율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달러 유입 데이터 등 각종 사실(facts) 지표를 활용했다”며 “베트남 정부가 제출한 자료는 핵심 데이터가 부실하거나 누락돼 IMF 자료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외 각종 수출, 투자, 송금 관련 자료는 베트남 중앙은행이 IMF에 제출한 자료를 활용했기 때문에 신뢰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베트남의 환율 저평가 프로그램을 통해 타이어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이 혜택을 받았다”며 “이는 보조금으로 볼 충분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또 상무부는 금호타이어가 제기한 재무부가 상무부에 제출한 보고서(Treasury Report)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January 2020 Report) 수치가 다르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금호타이어는 “두 보고서의 값이 너무 차이가 난다”며 상무부의 부실 분석을 의심했다. 이에 대해 상무부는 “재무부가 상무부에 제출한 보고서는 조사 기간 및 외환 매입 집중 시기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기술적 문제고 분석 과정에서 조정했기 떄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판결에서 CIT는 상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레이프 판사는 “상무부가 내놓은 구체적 해명은 설득력이 있다”며 “금호타이어의 주장을 기각하고 상무부의 결과를 최종 인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베트남의 환율 저평가 프로그램은 보조금이 맞다”고 판시했다.

김현호 금호타이어 아시아본부·KTV법인 총괄 부사장(왼쪽)과 보반민(Vo Van Minh) 빈증성 성장이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간담회에서 현지 투자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빈증성 대변인실
김현호 금호타이어 아시아본부·KTV법인 총괄 부사장(왼쪽)과 보반민(Vo Van Minh) 빈증성 성장이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간담회에서 현지 투자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빈증성 대변인실

◆ 베트남 투자 강화하는 금호타이어 ‘암초’

법원이 상무부의 베트남산 타이어 상계관세를 적법하다고 확인함에 따라 베트남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었던 금호타이어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게 됐다. 지난 5월 17일 광주공장 화재로 손실을 회복하기 전에 추가적인 악재가 겹쳤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는 타이어가 지난해 기준 1310만본으로, 전체 생산량(6250만본)의 약 21%에 달한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하자 베트남 생산량을 미국에 더 많이 수출하기로 결정낸 상태다.

실제 베트남의 부품 관세율(25%)은 한국(15%)보다 높지만 관세 기준 가격이 낮아 베트남 물량을 미국에 많이 수출할수록 관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는 서류상으로 베트남 공장 생산 물량을 한국 본사에 판매하고, 본사가 다시 미국에 수출하는 우회 수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 베트남 공장 증설도 추진해 1700만본까지 생산능력을 확장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상계관세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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