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한 ‘노와이어’ 특허 항소심서 ‘절차 위반’ 제동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서울반도체 계열사 서울바이오시스가 독일 엑스퍼트 그룹을 상대로 유럽통합특허법원(UPC) 항소심에서 절차 위반으로 제동이 걸렸다. 항소심 구두변론이 종료된 이후 제출한 추가 서면이 법원의 허가 없이 제출됐다는 이유로 전면 기각된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결정이 서울바이오시스가 지난해 승소한 LED 특허 소송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은 서울바이오시스가 독일 전자유통기업 엑스퍼트 그룹(expert e-Commerce GmbH 및 자회사 expert klein GmbH)을 상대로 유럽 특허 EP 3 926 698 B1호의 침해를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다. 해당 특허는 모바일 기기용 LED 광원 기술과 관련된 것으로 WICOP(Wafer Integrated Chip on PCB) 기반의 ‘노와이어’ 초박형 LED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특허 침해와 유효성을 모두 인정하며 서울바이오시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엑스퍼트 그룹의 제품을 UPC 관할 8개국에 걸쳐 판매금지와 제품 회수·폐기를 명령하는 영구금지명령(injunction)을 발령했다. 이에 엑스퍼트 그룹은 항소하며 특허 무효를 재차 주장했다.
서울바이오시스는 항소심 구두변론이 종료된 지난 7월 11일 이후, 재판부 질의에 대한 보충 설명 차원에서 지난 13일 자로 ‘구두변론 이후의 서면’을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서류와 관련 첨부자료를 “심리에서 고려하지 않겠다”며 지난 21일 결정문을 통해 공식 기각했다.

재판부는 UPC 절차규칙(Rules of Procedure, RoP) 제36조를 근거로 “구두심리가 종료된 후 추가 서면을 제출하려면 법원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본 건의 경우 해당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서울바이오시스 측은 “구두변론 당시 재판부가 제기한 쟁점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법원이 심리에서 핵심 질의를 제시했다 하더라도, 변론 종결 후 추가 서면으로 답변하는 것은 RoP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못박았다.
특히 판결문은 “UPC 절차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과 당사자 간 형평성에 있으며, 이는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하며, 서울바이오시스가 이를 위반한 것은 단순 절차적 흠결이 아닌 중대한 위반으로 간주했다.
서울바이오시스는 ‘구두변론 이후 서면’이 전면 배제되면서, 항소심 내 또 다른 전략적 설명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 특히 해당 서면이 핵심 특허의 기술적 해석과 침해 판단의 논거를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이 판결이 상위 법원으로 이월되거나 관련 유사 사건에서 불리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바이오시스가 엑스퍼트 그룹을 상대로 침해와 유효성을 인정받은 EP 3 926 698 B1호 특허는 WICOP 기술군 내 핵심 특허로, 와이어 본딩 없이 기판에 직접 LED 칩을 실장하는 구조다. 이는 초박형 LED 구현과 고출력 달성에 필수적인 기술로, 모바일 플래시·차량 전조등·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고출력 광원 응용처에 쓰인다.
- [Biz&Law] 정부 때문에 현대제철 상계관세소송 벌어졌는데…승소 ‘자화자찬’
- [Biz&Law] 서울바이오시스, 유럽 ‘노와이어’ 특허 패소 숨겼나…모럴해저드 의혹
- [Biz&Law] AI에 손 뻗는 특허괴물…네오사피엔스, 加 시더레인과 특허戰
- [Biz&Law] LG화학, ‘SAP 제조’ 유럽 특허 최종 무효…”진보성 결여”
- [Biz&Law] 한화비전, 美 '미디어 스트리밍 장치' 특허 등록 실패
- [단독] 애플, 애플워치 기밀 통째로 털렸다…中 오포 상대로 제소
- [Biz&Law] KB국민은행 인니 법인, 퇴직연금 담보대출 소송서 ‘완승’
- [Biz&Law] "저환율=보조금"…금호타이어 베트남, 美 상계관세 소송 '패소'
- [Biz&Law] 현대차, ‘세타3 엔진’ 마저…美 집단소송 직면
- [Biz&Law] 한국투자증권, 아름드리펀드 540억원 美 소송 ‘실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