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0% 관세·중국 덤핑 공세 맞선 산업 생존법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녹색철강특구 지정
"공포 즉시 시행" 촉구…구조조정·친환경 전환 동시 추진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미국의 50% 고율 관세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국내 철강산업이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여야가 ‘K-스틸법’ 제정 추진에 나섰다. 법안은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녹색철강 전환을 지원해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06명은 지난 4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철강산업은 제조업 생산의 4.8%, 수출의 4.5%를 차지하며 43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지탱하는 국가 경제의 기둥”이라며 “글로벌 공급 과잉, 탄소 규제, 보호무역 장벽이라는 삼중고 속에 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의 핵심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다. 특별위는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구조조정·녹색철강기술 투자·무역 대응 등 산업 전반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여야는 이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철강산업을 챙기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녹색철강 전환 지원책이 눈에 띈다. 법안은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기술을 ‘녹색철강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기업에 세제 감면과 연구개발(R&D)·설비 투자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포항·광양 등 주요 거점을 ‘녹색철강특구’로 지정해 인허가 간소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반시설 지원 등 규제 특례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역 방어장치도 강화된다. 법안은 ▲원산지 규정 강화 ▲부적합 철강재 수입·유통 억제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정부의 직접 대응 권한을 명시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관세 폭탄과 중국산 덤핑 물량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내 공급 과잉 시 정부가 감산·시설 폐쇄를 유도하는 구조조정 권한도 부여한다.
철강업계는 이번 K-스틸법 발의를 환영했다. 한국철강협회는 “K-스틸법이 산업 경쟁력 강화와 녹색 전환을 동시에 가능케 할 제도적 토대가 될 것”이라며 “정부·국회·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법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특별법안이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 조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 철강의 상징인 포항제철소가 지난해 창사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적자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고율 관세로 수출길이 막히고 중국산 저가 공세가 거세지면서 숨 쉴 틈이 없다”며 “공포 후 즉시 시행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은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어 의원은 “정파를 초월해 106명이 힘을 모았다”며 “가능한 한 신속히 통과시켜 후속 입법으로 세부 지원책까지 완비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50% 관세 유지와 관련해선 “마지막 기대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안팎에선 K-스틸법이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한다.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고 국내 철강의 수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야의 K-스틸법 발의로 정치권·정부·업계가 한목소리로 위기 타개에 나섰지만 세부 지원 규모와 시행 속도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업계의 바람처럼 법이 공포 즉시 시행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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