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말화 저항성 문구 삭제 쟁점…청구항 전면 기각
보조안 89건 모두 기각…특허권 유럽 내 효력 상실
포스코 "과거 경쟁사 특허도 무효화한 바 있어"

유럽특허청 항소심 결정문 10페이지. 자료=유럽특허청
유럽특허청 항소심 결정문 10페이지. 자료=유럽특허청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유럽특허청(EPO) 항소심이 포스코가 보유한 열간 프레스 성형(Hot Press Forming, HPF) 강판 기술 특허를 전면 무효화했다. 심판부는 명세서에서 핵심 문구가 빠진 점을 문제 삼아 유럽특허협약(EPC)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아르셀로미탈이 제기한 이의신청에 따라 항소심 절차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유럽 지역 내에서 포스코와 아르셀로미탈의 HPF 기술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술적 핵심 표현 삭제…EPC 위반

유럽특허청 기술항소심 제3.3.05부는 지난 5월27일(현지시간) 포스코의 유럽 등록특허 EP 3239336호를 전면 무효로 결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심판부는 해당 특허의 청구항에서 ‘분말화 저항성(having excellent powdering resistance during hot press forming)’이라는 표현이 삭제된 점을 핵심 위반 사항으로 지목했다.

항소심은 “해당 문구는 발명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요소”라며 “이를 제외한 채 다른 구성만으로 기술적 효과를 충분히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이는 출원 당시 명세서에 없는 사항이 청구항에 포함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EPC 제123(2)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보조청구안에 추가된 ‘합금층 두께 35μm 이하’ 조건 역시 명확성 요건(Article 84 EPC)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됐다. 심판부는 “해당 수치가 최대값인지 평균값인지 명시돼 있지 않고 측정 기준도 불분명하다”며 포스코가 제출한 보조안 1~89번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유럽 내에서 HPF 경쟁 불가피

무효화된 특허는 고온에서 강판을 성형한 뒤 급랭해 강도를 높이는 열간 프레스 성형 기술에 관한 것이다. 표면 코팅이 성형 과정에서 벗겨지는 문제, 이른바 ‘분말화(powdering)’ 현상을 억제하는 기술로 포스코는 이를 바탕으로 고강도 경량 차체 소재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이번 판결로 포스코는 해당 기술의 유럽 내 독점적 권리를 상실하게 됐으며 앞으로 경쟁사 기술과의 차별화 전략에도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유럽 특허 무효 판결 자체에 대해선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회사 측은 “경쟁사의 등록 특허를 취소시키는 활동은 지식재산권(IP)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전략“이라며 ”최근 당사도 아르셀로미탈의 유럽 특허를 전면 무효화시킨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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