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보조금 특정성 판단 취소…상무부 재검토 명령
탄소배출권 '재정적 기여성'·특정성도 인정 안 돼
실질적 혜택 판단만 유지…60일 내 재심 결과 제출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포스코그룹 역삼 본사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포스코그룹 역삼 본사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포스코와 정부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미국 상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상계관세 소송에서 패소했다.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이 실질적 혜택을 줬다는 상무부의 판단을 유지하면서다. 다만 재정적 기여성과 특정성 등 다른 쟁점에서는 포스코와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무부에 일부 재검토를 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12월 상무부가 발표한 2021년산 한국산 탄소·합금강 열연강판 상계관세 연례 재심 결과에서 비롯됐다. 상무부는 포스코의 보조금률을 0.87%로 산정하고, 한국 정부의 전력 공급 정책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무상할당을 상계관세 대상 보조금으로 판정했다.

이번 재심은 미국 상무부가 한국 정부의 산업용 전력 공급과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제도를 ‘특정 산업에 혜택을 주는 보조금’으로 규정한 데 대한 불복 절차다. 포스코와 한국 정부는 해당 제도가 전체 산업에 폭넓게 적용되는 일반 정책이며, 사용량과 배출량에 따라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전력 보조금 판단, 산업 그룹핑 근거 부족

법원은 먼저 전력 보조금의 특정성 판단을 문제 삼았다. 상무부가 철강업을 전혀 관련 없는 두 산업과 묶어 보조금 수혜 비율이 높다고 본 것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력 보조금이 사용량에 따라 혜택이 커지는 구조에서는 단순한 소비량 차이만으로 과도한 혜택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력 보조금이 도로·교량과 같은 공공 인프라 성격을 가지며 단순한 사용량 격차로 특정 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상무부는 해당 산업의 사용량 대비 혜택 정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다시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상무부가 ‘전력 보조금 수혜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철강업과 비관련 산업을 묶어 특정성을 인정한 것은 연방법원 판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정성 판단은 업종별 소비 구조나 제도의 설계 목적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단순한 사용량 격차만으로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결정문 12페이지. 자료=미국 국제무역법원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결정문 12페이지. 자료=미국 국제무역법원

◆탄소배출권 재정적 기여성·특정성 모두 취소

이어 법원은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이 ‘징수돼야 할 수입’을 포기한 것이라는 상무부의 해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포스코가 실제로 납부해야 할 금액이나 채무를 면제받은 것이 아니므로, 법률상 재정적 기여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무상할당이 포스코에 실질적 혜택을 줬다는 상무부의 판단은 유지됐다. 포스코는 추가 배출권을 무상으로 받아 감축 투자나 시장 구매에 들었을 비용을 절감했다. 실질적 혜택 판단은 현행 규제 환경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법원은 무상할당의 특정성 판정도 취소했다. 배출·무역집약도 기준이 규제대상의 약 3분의 1에 적용되고 다양한 업종이 자동으로 혜택을 받는 만큼 특정 산업을 명시적으로 한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모든 자격 기준은 일부 업종만 충족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으나 이것만으로 특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상무부가 주장한 ‘특정 산업 우대’ 논리는 인정되지 않았다.

재검토 과정에서 상무부가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 포스코와 한국 정부는 다시 법원 심리를 요청할 수 있다. 반대로 보조금률이 낮아지면 상계관세 부과 규모가 축소될 수 있어 한국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상무부는 전력 보조금의 특정성, 무상할당의 재정적 기여성, 무상할당의 특정성 여부를 새로 판단해야 한다. 법원은 60일 내 재심 결과 제출을 명령했으며 이후 30일간 의견서, 15일간 반론서 제출 절차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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