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사업자 선정· 2분기 두자릿수 성장
AI 중심 재편·광고·커머스·핀테크 전방위 성장세

사진=네이버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은둔 경영자로 불리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경영 전면에 복귀한 뒤 처음 맞은 분기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과 함께 정부의 '국가대표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자 선정이라는 굵직한 성과를 동시에 거뒀다. 복귀 직후부터 AI 중심 경영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대적인 조직 재편과 인력 재배치를 밀도 있게 추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장은 2017년 말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명분으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유럽 법인에서 해외 전략을 챙기는 등 전면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생성형 AI의 급부상, 빅테크 간 기술·플랫폼 경쟁 심화,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네이버의 의사결정 속도와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 저하와 신사업 부문 수익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창업자의 직접 리더십 복귀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올해 상반기 경영 일선에 복귀한 그는 글로벌 전략·전략투자·테크비즈니스 등 신규 부서 신설을 주도하고 AI·클라우드·글로벌 관련 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 구조를 손질했다. 또 주요 투자와 해외 사업 확대,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경영 현안에 포함했으며, 사업부 간 연계를 강화하는 내부 재정비 작업도 병행했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AI 역량 확충과 신사업 추진의 발판이 됐다고 평가한다.

◆AI·실적 '투트랙' 가속… 복귀 효과 현실화

이 같은 변화는 AI 사업 확장과 직결됐다. 이달 네이버클라우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대표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업 참여 사업자로 선정됐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 향후 3년간 약 7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초거대 AI 모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구축, 산업·공공 특화 모델 상용화 등 대규모 과제를 수행한다. 정부의 핵심 AI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기술 리더십 강화뿐 아니라 국내 AI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로 평가된다. 업계는 이 과제가 복귀 후 이 의장이 주도한 AI 중심 전략의 성과를 상징한다고 본다.

실적 개선도 눈에 띈다. 네이버의 2025년 2분기 연결 매출은 2조9151억원, 영업이익은 5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10.3% 증가했다. AI 기반 광고 고도화, 커머스·핀테크 플랫폼 경쟁력 강화, 콘텐츠 구독 확대 등 전 부문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업황 회복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이 의장의 전략 재정비와 투자 방향 전환이 실적 개선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커머스 부문에서는 AI 기반 개인화 추천과 배송 효율 개선이 구매 전환율을 높였고, 핀테크 부문에서는 결제·보안 기능 고도화를 통해 충성 고객층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AI 인력 확충과 기술 고도화로 검색·광고 타게팅 효율이 향상됐으며, 생성형 기술을 접목한 크리에이티브 자동화가 광고 품질과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이같은 변화가 AI 기반 서비스 매출 비중 확대와 전사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견인했다.

◆내부 조직 신뢰·결속 회복이 지속 성장 관건 

다만 내부 과제도 남아 있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최근 단체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산정 방식, 근무제 개편, 일부 경영진 인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공개하며 사측과의 의견차를 드러냈다. 특히 최인혁 전 COO 복귀 인사에 대해 조합원 투표 결과 98%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성과 중심 기조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나, 구성원들의 심리적 부담과 조직 내 긴장감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한다.

이 때문에 네이버 역시 내부 결속을 유지하고 조직 신뢰를 관리하는 것이 향후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내부 협력이 약화될 경우 중장기 전략 실행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장이 향후 혁신과 성과 창출을 유지하면서도 조직 내 신뢰와 결속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네이버의 지속 성장 여부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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