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英 DAZN 클럽월드컵 중계권 분쟁서 계약 성립 유지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쿠팡플레이에서 지난 7월 14일 생중계된 FIFA 클럽월드컵 2025 결승전. 사진=쿠팡
쿠팡플레이에서 지난 7월 14일 생중계된 FIFA 클럽월드컵 2025 결승전. 사진=쿠팡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쿠팡이 ‘FIFA 클럽월드컵 2025(이하 클럽월드컵)’ 국내 독점 중계권을 놓고 영국 다즌(DAZN)과 법적 공방에서 재차 승소했다. 정식 계약 체결 전이라도 협상 전후의 표현과 행동이 “즉시 구속 의사”를 객관적으로 드러내면 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는 영국 계약법의 원칙을 적용하면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클럽월드컵을 쿠팡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왕립 항소법원은 쿠팡이 2월 27일 보낸 제안 이메일과 다즌의 3월 3일 수락 이메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 성립됐다고 판단하며, 다즌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 쿠팡의 ‘공동독점(co‑exclusive) 라이브·주문형비디오(VOD) 권리’를 훼손할 수 있는 제3자 제공을 금지하는 금지명령(injunction·가처분)도 정당하다고 봤다.

올해 6~7월 열린 클럽월드컵의 글로벌 방송권은 FIFA가 보유했고, 다즌이 일정 조건 하에 영토별 서브라이선스를 할 수 있었다. 한국 시장에선 쿠팡(쿠팡플레이)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 2월 27일 한국 내 라이브, VOD, 공동 독점권 등을 대가로 약 170만 달러를 제공하며, 딜을 성사시켜 계약 단계로 넘어가 실행을 준비하자”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메일을 확인한 다즌은 3월 3일, 더 높은 가격의 경쟁 제안이 등장했지만 내부 메시지에 “우리가 합의한 바를 지키려 내부 조율 중”, 쿠팡은 “딜은 파이널”이라는 표현이 오갔다. 다즌 측 인사도 “어제 이메일로 확인한 게 중요했다”고 적시했다. 법원은 이러한 후속 정황을 “당사자 스스로 이미 ‘구속’ 인식을 공유”한 증거로 평가했다.

DAZN이 쿠팡을 FIFA 클럽월드컵 2025 한국 중계권을 놓고 벌인 항소심에서 증거로 나온 메시지 중 일부. 사진=영국 왕립 항소법원
DAZN이 쿠팡을 FIFA 클럽월드컵 2025 한국 중계권을 놓고 벌인 항소심에서 증거로 나온 메시지 중 일부. 사진=영국 왕립 항소법원

영국 계약법은 외형 객관설에 선다. 즉 당사자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했는지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드러난 언행이 합리적 관찰자에게 어떻게 보였는지가 기준이다. 이번 판결의 포인트는 세 가지다.

법원은 권리 범위(라이브·VOD), 영토(한국), 배타성 구조(공동독점), 대가(가격)가 이메일로 명료하게 정리돼 본질 조항 합의가 이뤄졌다고 바라봤다. 또 수락 이메일 뒤에 따라오는 계약서 초안 언급은 계약 성립 유보가 아닌, 이미 성립한 합의를 문서화하겠다는 예고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부 세부 미합의가 있어도 대회가 임박했고 실무적으로도 즉시 편성·마케팅이 돌아가야 하는 만큼 긴급 수행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은 이메일 원문, 메신저 로그(통화 이력 포함), 내부 보고 등을 연속된 타임라인으로 재구성해 읽었다. 제안-수락의 문구 자체가 명확했고, 경쟁 제안 등장 이후의 태도와 실행 전제 행동이 계약 성립 외형을 굳혔다고 판단했다. 특히 “계약에 따라(subject to contract)” 같은 유보 문구의 부재는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쿠팡의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다즌에 대해 다음을 금지했다. ▲한국 내 대회 라이브/VOD 권리의 제3자 양도·서브라이선스 ▲한국 내 대회 라이브/VOD 피드를 쿠팡 외 제3자나 다즌/계열사 보유 플랫폼(소셜 포함) 이외 매체에 제공 등이다. 항소심도 이를 유지했다.

이번 항소 기각으로 계약 성립과 가처분의 정당성이 사실상 굳어졌다. 통상적으로 이런 구조에서는 ▲세부 이행(콘텐츠 납품 스펙·피드 제공 방식·하이라이트 편성) ▲정산·보고 의무 ▲향후 시즌 협상 프레이밍 등 실무 레벨 합의가 남는다. 다만 법원이 확인한 ‘즉시 구속 합의’의 범위가 명확해진 만큼, 본안에서의 추가 다툼 여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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