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서버·아이템 거래자 신원 확보 놓고 법정 공방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사진=챗GPT 생성
사진=챗GPT 생성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넥슨이 미국 소셜 플랫폼 디스코드(Discord)를 상대로 자사 게임의 사설 서버 운영자와 불법 아이템 거래 계정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다시 착수했다. 지난해 디스코드의 정보 제공 거부에 가로막혀 무산된 이후, 증거와 자료를 대폭 보강해 미국 법원에 재차 'DMCA 소환장'을 신청한 것이다.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은 저작권자가 온라인에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될 때 서비스 제공자에 침해자 신원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DMCA 소환장' 제도를 두고 있다. 이 소환장은 판사 심리를 거치지 않고 법원 서기가 형식 요건만 검토해 발부하며, 발부 시 서비스 사업자는 침해 게시물 작성자의 이름, 주소, 이메일, IP 주소 등 보유한 식별 정보를 저작권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 절차를 활용하면 해외 사업자라 하더라도 비교적 간단히 침해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글로벌 게임·콘텐츠 업계에서 널리 쓰인다.

넥슨은 이 제도를 통해 디스코드에서 활동 중인 침해자들을 특정하려 했다. 그러나 디스코드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양사의 긴 법적 분쟁은 시작됐다.

2023년 10월 넥슨은 디스코드 채널에서 '메이플스토리'와 '서든어택' 등 자사 게임 클라이언트를 무단 수정·배포하고 사설 서버를 홍보하며 불법 아이템 거래가 이뤄지는 정황을 확인하고, DMCA 소환장을 신청했다. 당시 디스코드는 요청 범위가 과도하고 부담이 크다고 반대했으나, 이후 협의 끝에 일부 계정의 기본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저작권 침해 혐의가 있는 24개 계정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두 번째 DMCA 소환장을 발부받자 디스코드는 7월 '부적절하고 과도한 요구'라며 협조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디스코드는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이용자 익명성 보호를 근거로 "익명의 발언자를 부당하게 특정하려는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넥슨은 같은 해 10월 텍사스 연방 법원에 강제집행 신청을 제기했다. 강제집행은 이미 발부된 소환장을 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판사의 판단을 거쳐 강제로 이행을 명령받는 절차다. 이 사건의 법원 판단 여부는 공개된 바 없다.

현지시간 11일 넥슨이 디스코드를 상대로 DMCA 소환장 발부를 신청했다. 사진=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
현지시간 11일 넥슨이 디스코드를 상대로 DMCA 소환장 발부를 신청했다. 사진=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

이후에도 침해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넥슨은 보다 구체적이고 방대한 증거를 확보한 뒤 8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DMCA 소환장 발부를 다시 신청했다. 이번 재신청에서는 사설 서버 운영, 불법 서버 홍보, 불법 아이템 제작·판매 등 침해 유형이 구체적으로 분류됐으며, 일부 운영자가 게임 클라이언트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해 서버 에뮬레이터를 제작·배포한 정황, 디스코드 채널 내에서 암호화폐·기프트카드 등 결제 수단을 안내하며 아이템을 판매한 사례까지 포함됐다.

넥슨은 이번 소환장의 목적이 '침해자 신원 식별'에 있으며, 확보되는 정보는 저작권 보호 목적에 한해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제의 콘텐츠가 '메이플스토리', '바람의나라' 저작권을 침해한 자료라며 법원 서기에 신속한 발부를 요청했다.

이번에 소환장이 발부되면 디스코드는 DMCA에 따라 해당 계정의 식별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디스코드가 다시 이행을 거부할 경우 넥슨은 미국 내 강제집행 신청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이번 절차는 글로벌 플랫폼과 게임사 간 저작권 침해 대응에서 이용자 정보 제공 범위를 가늠하는 사례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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