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럽 대회 미납금 22만5000유로로 계약 해지
유럽 타이틀 스폰서·독점 타이어 공급 올해까지만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내구레이스 ‘24시 시리즈(24H Series)’ 주관사 크레벤틱(Creventic)과 오랜 파트너십을 미납금 문제로 상당 부분 정리하게 됐다.
현지시간 5월 27일 네덜란드 항소법원은 선고한 판결에서 비(非)유럽 대회 계약에 대해 미납금 22만5000유로(약 3억6000만원)를 이유로 한 해지의 적법성을 인정했고, 유럽 대회 계약에 대해 올해(2025년)까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문은 지난 13일 공개됐다.
24시 시리즈는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지난 2018년부터 유럽 대회를 네덜란드 법인(크레벤틱 B.V.), 비(非)유럽 대회는 UAE 법인(크레벤틱 인터내셔널)이 맡는 구조로 쪼개졌다. 표면상 하나의 챔피언십이지만, 법적으로는 별개의 계약이 병존했다. 올해 3월 크레벤틱은 한국타이어에 일부 미지급금을 이유로 채무불이행 통지를 발송했고, 4월에 연말 종료를 통보했다.
한국타이어는 “유럽 계약까지 한꺼번에 끊을 수 없다”며 가처분으로 맞섰다. 쟁점은 ▲미지급의 발생 근거가 어느 계약이냐 ▲통지·해지 절차가 문언대로 지켜졌느냐다. 법원은 비유럽 계약 해지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결한 반면, 유럽 계약에 대해 2025년까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미지급금이 비유럽 계약에서 발생했으므로, 그 사유로 유럽 계약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지의 전제가 된 통지의 적법성도 쟁점이었다. 크레벤틱은 계약서에 기재된 공식 이메일 주소로 보정 통지·해지서를 발송했다. 한국타이어는 “후속 문서에서 수신 이메일이 손글씨로 변경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상대방의 명시적 동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통지는 적법했고 실제 도달했다. 다만 이 판단 역시 비유럽 계약 영역에 국한된다. 유럽 계약의 해지 사유로 삼기에는 계약과 채무의 귀속이 다르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다.

크레벤틱은 올해 타이틀 스폰서·독점 타이어를 미쉐린으로 교체했다고 이미 대외 발표했지만, 법원은 유럽 라운드 범위에서 정정보도를 명령했다. 구체적으로 유럽 2개 대회인 ‘7월 폴 리카르(12H)와 9월 바르셀로나(24H)’에는 ‘한국(Hankook)’ 표기와 한국타이어 단독 공급을 명확히 알리라는 것이다.
법원은 유럽 계약의 우선협상권도 유효하다고 봤다. 제3자(미쉐린)에게 제시·수락된 조건과 동일한 조건을 6월 30일 이전 한국타이어에 우선 제안하도록 판시했다. 크레벤틱은 팀 이탈 우려, 파트너 의지 불확실, 승인 곤란 등 반대 논리를 내세웠지만, 증거 부족으로 배척됐다. 핵심은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실질적 기회 보장이다.
24시 시리즈 유럽 대회의 타이틀·공급 체제가 올해까지 한국타이어 기준으로 되돌아오면서 참가 팀들은 타이어 데이터(마모·열 특성·압력창)와 셋팅을 한국타이어 규격에 맞춰 재점검해야 한다. 피트 지원, 재고 배치, 운송·통관 등 로지스틱스 라인도 재정렬이 필요하다. 주최 측은 팬·미디어 혼선을 줄이기 위해 명칭·로고·가이드라인을 일관되게 업데이트해야 한다.
법원은 강제금(dwangsom)을 부과하지 않았지만, 판결이 즉시 집행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소송비용은 크레벤틱이 1심·항소심 전액을 한국타이어에 상환해야 한다. 한국타이어는 유럽 시즌 마무리와 함께 우선협상권 관련 후속 협상에 대비해야 하고, 크레벤틱은 정정보도 이행과 내년 체제 확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비유럽 대회는 해지가 유효해지면서 미쉐린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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