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피할 수 없다"… 관세 대응 본격화
美 대신 유럽·아시아로… 수출선 다변화 가속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김익태 기자] 미국이 한국산 농식품에 15% 상호관세를 최종 확정하면서 K푸드 수출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이미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충격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주요 수출 품목인 라면과 과자의 수출액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식품업계는 미국 관세 부담에 따라 수출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유럽·아시아 등지로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ATI)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농수산식품의 대미 수출액은 5437만달러로 전년 동월(5526만달러) 대비 1.6% 감소했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라면은 1737달러에서 1427만달러로 17.8% 급감했고 과자류는 2673만달러에서 1981만달러로 25.9% 줄었다.

인삼류(-13.4%)와 소스류(-7.2%)도 동반 하락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미국의 관세 부과 불확실성에 대비해 상반기 중 조기 선적이 이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불닭볶음면으로 대미 라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양식품은 “미국 관세 대응의 일환으로 6월까지 수출 물량을 늘렸다”며 “15% 관세가 확정되면서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오리온도 북미권에서 스낵과 젤리 중심의 매출 확대를 추진 중이다.

반면 관세 부담을 현지 소비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몇달러 차이도 미국 소비자에게는 심리적 장벽이 될 수 있다”며 “결국 가격 인상분을 기업이 흡수하거나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료구매·시설자금 1660억원 신속 지원, 농식품 수출바우처 추가, 환변동 보험 자부담률 0% 연장 등 전방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개최된 ‘K-푸드 플러스(K-Food+) 수출 확대 추진본부’ 3차 간담회에서는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대상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참석해 판촉 확대, 유통망 확충, 해외공관 활용 홍보 등 추가 지원책을 요청했다.

특히 식품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지 않은 기업들의 관세 부담이 크다며 정부의 실질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 관세 면제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식품업계는 일부 품목에 대해 예외를 요청하고 있으나 로비 단체들이 개별 품목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고 관세 전체를 무효화하기 위한 절차나 제도는 부재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식품업계는 수출선 다변화와 현지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일본 치바현에 ‘비비고’ 만두 공장을, 대상은 폴란드에 김치 공장을 설립 중이다. 삼양식품은 중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밀양 2공장은 미국·유럽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업계는 8~9월 미국 내 실제 판매 동향에 따라 수출 회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수출 급감은 상반기 선적분의 재고 소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 내 판매량이 유지된다면 하반기엔 다시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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