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프랜차이즈 등 인하 동참
대형사 "여력 없다" 침묵 지속
美관세 리스크까지..."인하보다 생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김익태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이 물가 안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자 식품업계에서도 가격 인하 움직임이 하나둘씩 포착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롯데웰푸드 등을 필두로 제품 가격을 낮추는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올 상반기 줄줄이 가격을 올렸던 식품업계 전반으로 이러한 흐름이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달부터 발포주 ‘필라이트 클리어’의 출고가를 인하했다. 350㎖ 캔은 20%, 500㎖ 캔은 25%, 1.6ℓ 페트 제품은 15% 가격을 낮췄다.

회사 측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도 간편식 바 제품을 리브랜딩하며 기본형은 1600원에서 1500원(6.3%). 대용량 미니 바는 9500원에서 7500원(21.1%)으로 가격을 내렸다.

샐러디·바른치킨 같은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일부 제품 가격을 3~10%가량 인하하며 동참했다. 샐러디는 두부 포케볼, 파스타볼 등의 가격을 3~9% 내렸고 바른치킨은 대표 메뉴인 ‘핫현미바삭’을 기존 2만1900원에서 1000원(4.6%) 낮춘 2만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라면·스낵업계 1·2위인 농심과 오리온 등은 여전히 가격 인하에 침묵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7608억원, 영업이익 962억원을 기록했고 오리온은 매출 1조5789억원, 영업이익 2528억원으로 각각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호실적이 상반기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물가 인하 기조와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의 물가대책TF는 지난달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제당업계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기업 간 거래(B2B) 가격 4% 인하 사례를 언급하며 가공식품 가격에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설탕 가격 인하가 음료, 빙과, 제과 등 다양한 제품에 원가 절감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업계는 여전히 가격 인상 요인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실제 톤당 커피(아라비카) 가격은 2020년 6월 2142달러에서 2024년 2월 8873달러로 4배 넘게 상승했으며 코코아 가격도 같은 기간 4.6배 올랐다. 인건비도 연평균 4~5%씩 증가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 농심,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품사의 영업이익률도 5%를 밑돌고 있어 수익성 방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여기에 미국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며 수출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부터 본격 적용되는 미 관세 정책은 라면, 디저트, 소스류 등 주요 품목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삼양식품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농심과 CJ제일제당 등은 관세 전 프로모션과 재고 확보로 버티는 형국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의 물가안정 요구와 글로벌 수출 환경 악화 사이에서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과 눈치보기 사이에서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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