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가격 인상은 원재료 등 외부요인, 담합 아냐"

[서울와이어=김익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식료품 물가 급등의 원인을 업계의 폭리와 담합에서 찾으며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자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원재료 가격과 환율, 인건비 상승 등 복합적 요인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아온 업계는 대통령의 직접적 압박에 사실상 ‘가격 동결’ 국면으로 몰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느냐”며 “물가안정이 곧 민생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 “불공정행위를 하는 기업들의 고삐를 놔주면 담합·독점으로 횡포를 부리고 폭리를 취한다”며 “조선시대에도 매점매석한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고 언급하며 기업 담합 가능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식품업계의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주요 제당업체가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데다 정부가 담합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향후 강도 높은 규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는 난감한 분위기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인건비가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이 가격 인상에 크게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커피, 코코아, 팜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3~4배가량 치솟았고 환율은 1400원대를 오르내리며 원가 부담을 키웠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성수품 점검과 현장 단속에 나서며 서민 체감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는 대통령의 ‘매점매석 사형’ 발언까지 이어진 상황을 두고 “이제 가격 인상 검토 자체가 눈치 보기”라며 전례 없는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명절을 앞둔 시기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조해 왔지만 이번에는 예전과 다른 분위기”라며 “기업들이 가격을 올렸던 것은 원재료·환율·유가 등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 때문이지 담합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 기조 속에서 업계는 당분간 현상 유지하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기업 영업이익률이 평균 5%에 불과한 상황에서 담합·폭리를 언급하며 시장통제를 강화하면 기업의 가격 결정권이 사실상 사라지고 내수 투자 축소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