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VEU 제외… 장비 반입 까다로워져
중국 물량 상당한 만큼 공장운영 차질 예상돼
조건부 반입 허가 방침… 업계 건의 의식한 듯

삼성전자 반도체 이미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이미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최근 미국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며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공장 반입을 막았으나, 입장을 바꿔 연 단위 물량 승인 방식으로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사의 중국 공장 운영에 당장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오락가락한 정책에 불확실성은 커지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 상무부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에 대해 연간 중국 반입 물량을 설정해 승인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VEU 명단에서 삼성전자반도체유한공사, SK하이닉스반도체유한공사, 인텔반도체유한공사 등 세 곳을 제외했다.

미국산 반도체 장비가 중국으로 가는 것을 최소화해 중국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조치가 발표되자 한국 반도체 업계는 미·중 첨단 기술 패권 싸움에 뜻하지 않게 휘말려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 후공정 공장을 각각 두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전체 물량의 약 35%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롄에는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D램 물량의 약 40%가 중국에서 생산될 정도로 중요성이 크다. 

당초 이들 공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VEU 지위를 획득해 보안 조건만 준수하면 미국산 장비 반입에 문제가 없었다. 별도의 허가 절차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말 VEU 지위가 만료되며 트럼프 정부는 연장을 불허했다.

이에 양사는 미국산 장비를 중국에 들일 때마다 건별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반입 자체가 거부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거나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업계의 건의가 이어지자 미 행정부는 기간 제한이 없는 VEU 대신 매년 별도 물량 승인 제도를 도입할 전망이다. 건별 승인 방식보다 한층 수월해 한국 입장에서 최악은 면한 셈이다. 다만 미국은 매년 장비 수출을 허용하더라도 중국 내 공장의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에 사용하는 것은 제한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미 행정부가 즉흥적 규제에 나서자 업계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 VEU 제외 소식이 알려지고 불과 몇일 지나지 않아 일부 방침을 뒤집는 등 미 행정부가 면밀한 검토 없이 정책을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어 업계 긴장감을 높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한 달 후도 예측하기 힘든 데 12개월간 필요한 장비·부품을 정확하게 예측해 물량을 승인받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반도체 장비는 매일 관리하고 정비해야 할 정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부품이 긴급하게 필요하거나 대체해야 할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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