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분양가·공급 부족에 청약 경쟁률 최고치
정부 대출규제 속 무주택자만 혜택 예외 적용
임대차 불안 속, 30~50대 생애 첫 매수 급증
"경매·재개발도 선택지…무주택자 전략 확대"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청약 당첨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무주택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섰다. 정부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금융혜택이 뒷받침되면서 30대뿐만 아니라 40·50대까지 ‘첫 집 마련 러시’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19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매매 이전등기는 65만983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생애 최초 매수 건수는 28만4712건(43.1%)으로 기록됐다. 30대가 13만2202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7만688명), 50대 이상(5만6149명)까지 매수세가 확대되며 ‘첫 집 마련’ 흐름이 세대 전반으로 확산세를 보인다.
서울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7358가구로 지난해보다 27.5% 줄었다. 청약 경쟁은 갈수록 심화돼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경쟁률은 96.22대 1, 강남·용산 주요 단지는 148.19대 1에 달해, 공급 부족과 치솟는 분양가 속 청약 당첨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임대차 시장 불안도 매수세를 부추긴다. 전세사기, 역전세난 우려, 전월세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차라리 집을 사자’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정부 대출 규제는 1주택자 이상 유주택자에게는 규제를 높였지만,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겐 신혼부부·출산 가구 지원대출 등 정책금융이 열려 청약에서 밀린 무주택자들이 매매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제도적 걸림돌도 적지 않다. 금융 혜택이 생애 최초 매수자에게 집중돼 있지만, 집값 수준 자체가 높아 대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도금·잔금 마련 부담이 큰 40·50대 무주택자에겐 정책 지원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이 밖에도 일부 무주택자는 경매·재개발 등 제한적이지만 대체 루트로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0%를 웃돌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청약에서 밀린 뒤 다른 방법으로 내집 마련을 모색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에서 당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생애 최초 구매자 금융혜택을 활용한 매수세가 시장을 주도한다”며 “경매나 재개발도 제한적이지만 추가 선택지로 떠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의 매수 전략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