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정보공유 제도화로 통합 공조 구축…ATM·플랫폼으로 현장 대응 강화
디지털 채권·스테이블코인·ERP 뱅킹 등 미래 금융 인프라 병행 추진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연이은 해킹·피싱 사고에 맞서 보안과 고객경험을 결합한 ‘디지털 방패’ 전략을 본격화했다.
그룹사 간 정보공유 제도화를 통해 통합 공조 체계를 세우고, 인공지능(AI) 기반 차단 시스템과 고객 소통 플랫폼으로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채권·스테이블코인·전사적 자원관리(ERP) 뱅킹 등 미래 금융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자산을 지켜라”…정보공유 제도화·AI ATM·플랫폼으로 현장 차단력 강화
진옥동 회장은 보이스피싱 경로가 은행·카드·증권·보험을 가로지르는 ‘연쇄형’으로 고도화된 현실에 대응해 사고예방 목적의 제한적 정보공유를 지시했다. 이 조치로 지난 17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신한금융 4개 자회사 간 ‘의심거래 포착 시 고객정보 공유’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2019년 이후 금지돼 온 자회사 간 거래정보 공유에 보안 목적의 예외가 처음 허용된 것으로, 신한금융은 10월 말까지 그룹 차원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진 회장은 정보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사고예방에 필요한 최소정보’ 원칙과 수신사 재판단, 컴플라이언스 점검 병행을 주문했다.
이번 제도화로 각 사의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가 포착한 신호를 실시간 연동해 차단하는 그룹 공조가 가능해졌다. 은행에서 감지된 이상 징후가 카드·증권·보험으로 번지기 전에 초기 차단하는 구조다. 9월 기준 전체 활동성 고객 약 2064만명 중 복수 자회사를 이용하는 878만명이 직접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현장 차단력 강화를 위해 2022년 말 업계 최초로 AI 기반 ‘이상행동 탐지 ATM’을 도입, 현재 전 영업점으로 확대 운용 중이다. ATM 앞 통화나 선글라스·모자 착용 등 의심 징후가 감지되면 경고 문구를 띄우고 본인 인증을 요구하며, 인증 실패 시 거래를 차단한다. 피해 구제도 병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제로’ 사업을 통해 2023년부터 3년간 매년 100억원, 총 30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피해자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소비자보호 전략은 현장 대응을 넘어 고객 접점까지 확장되고 있다. 진 회장은 “‘신한 새로고침’을 통해 고객의 작은 불편도 놓치지 않고 경청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대출 심사 단계 알림(신한은행), 미성년자 대리인 가입서류 자동화(신한카드), 365일 24시간 비대면 서비스(신한라이프), 맞춤형 투자정보 제공 AI PB(신한투자증권) 등 개선 결과를 상시 공개한다. 경고창 중심의 수동 예방을 넘어, 이용 행태 전반을 보안·편의 관점에서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안전한 혁신’으로 외연 확장…디지털 채권·스테이블코인·ERP 뱅킹 추진
진 회장은 보안을 ‘혁신의 전제’로 두고 미래 금융 인프라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 8일 ‘한·일 금융협력 세미나’에서는 “신한금융은 한·일 양국 협력의 가교 역할은 물론, 전환금융과 디지털 채권시장의 구축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는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협력에도 나섰다. 히스 타버트 서클 사장과 테더의 마르코 달 라고 부사장 등과 회동해 표준·거버넌스와 활용 모델을 점검했다. 진 회장은 이달 초 창립 24주년 행사에서 “AI시대에 개인 및 기업의 재산을 지켜주고 미래를 의지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을 내재화해 보이스피싱·불완전판매·금융사기 방지 등 소비자 보호 기술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한·일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송금 프로젝트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 1단계 기술 검증을 마치고,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 연동과 실거래 확대를 준비 중이다. 또한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디지털 신뢰’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지원 협약을 체결하며 생태계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 전선에서는 정부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 대응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ERP 뱅킹을 그룹 핵심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제주은행·더존비즈온과 협력해 내년 초 상품 출시를 목표로 테스트베드를 가동 중이며, ERP 뱅킹 시장 규모를 1조5000억~2조원으로 보고 상표권 ‘DJ Bank’를 등록했다.
ERP뱅킹이라는 것은 기업 자원 통합관리 프로그램인 ERP시스템에 금융을 접목하는 임베디드 금융을 의미한다.
금융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의 동의를 받고 실시간 자금흐름과 거래정보를 기본으로 맞춤형 금융 제안이 가능하다
진 회장은 “ERP 뱅킹, 스테이블코인,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술 과제가 아니라 금융 본연의 기능을 재편하고 고객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고 밝혔다.
결국 '진옥동의 해법'은 ‘보안의 생활화’와 ‘안전한 혁신’의 동시 추진이다. 정보공유 제도화로 공조의 속도를 높이고, AI·플랫폼으로 체감을 강화하며, 차세대 인프라로 신뢰의 외연을 넓히는 전략이 현재 구체적 성과와 방향성으로 가시화되고 있어 금융권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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