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과부화로 냉방 수요 급증
삼성·LG전자 앞다퉈 HVAC 투자 늘려가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5년 후 79조 규모

지난해 일산 킨텍스서 열린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에서 LG전자가 부스를 통해 냉난방공조(HVAC)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LG전자 
지난해 일산 킨텍스서 열린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에서 LG전자가 부스를 통해 냉난방공조(HVAC)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LG전자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국내 전자 업체 사이에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신규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이 확장되며 이에 따르는 막대한 양의 컴퓨팅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 솔루션 수요가 높아지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래 주력 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칼리드 알팔리(H.E. Khalid AlFalih)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과 만나 초대형 신도시 계획인 ‘네옴시티’ 내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LG전자는 이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현지 최대 가전업체인 ‘알 핫산 가지 이브라힘 셰이커’의 압둘라 압둘라 아부나이얀 회장과 데이터 인프라기업 ‘데이터볼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 솔루션 공급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세계 각지 데이터센터용 HVAC 솔루션을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6년 HVAC 매출 10조원을 돌파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톱 티어 종합공조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11월 신설된 냉난방공조 사업부(ES사업본부)의 올 1분기 매출은 3조5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성장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5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HVAC 사업에 힘을 실었다. 플랙트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투입한 자금은 2조4000억원으로, 8년 만의 조단위 인수합병(M&A)을 진행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HVAC 명가 존슨콘트롤즈 인수전에 참여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는데, 존슨콘트롤즈는 독일 보쉬그룹이 인수하게 되며 플랙트그룹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플랙트그룹을 통해 HVAC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생성형AI,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해 인수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인수를 확정한 플랙트그룹 본사. 사진=플랙트그룹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인수를 확정한 플랙트그룹 본사. 사진=플랙트그룹

데이터센터 HVAC는 그 중요성에 따라 현재 AI 인프라 핵심 후방 사업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HVAC는 최적의 공기를 공급해 일상 생활 속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으로 인식됐지만, 현재 전자업계에서는 원활한 컴퓨팅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통용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주요 목표로 삼은 지점도 AI 데이터센터 냉방이다. AI 서버와 핵심 장비인 그래픽 처리장치(GPU)는 연상량이 방대해 전력 소비량이 일반 서버보다 크고 자연스레 과열 위험이 높다.

이를테면 엔비디아의 AI 칩 ‘H100’의 경우 발열량은 700W인데, 이보다 성능이 좋은 ‘GB200’은 H100의 4배에 달하는 2700W 수준이다. 기술 발전이 높을 수록 많은 열을 발생한다.

데이터센터 내부 적정 온도는 통상 18~27도 수준으로, 냉각 불능 상태가 단 몇 분만 지속되도 열이 40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올라 장비가 과열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서버와 GPU는 과열을 막기 위해 스스로 속도를 낮추거나 전원을 차단해 AI 서비스 장애를 불러온다. 

또 온도가 높아지면 오류율 급증, 데이터 손실, 부품 열화,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며 데이터센터 유지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도 냉각시스템 중단으로 인한 서버 과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 초 사람들 사이 챗GPT를 이용해 소위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이 유행이 되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미지 생성을 제발 자제해 달라”며 “이 때문에 GPU가 녹아 내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지난해 221억달러(약 31조원) 규모로 평가됐고 2030년까지 562억달러(약 79조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갖춘 빅테크들도 액체에 서버를 담구는 등 각종 최신 냉각 기술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며 열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MS는 아예 서버를 바다 밑에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공조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종합공조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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