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대규모 개편, 이용자 반발로 역풍
본질 흔들린 국민 메신저, 신뢰 회복이 과제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개편을 둘러싼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광고와 피드 중심으로 기울어진 변화는 이용자 반발을 키웠고, 불만은 곧 카카오의 수익 의존 구조와 혁신 정체 우려로 번졌다. AI 전환 전략까지 시험대에 오른 카카오는 이제 퇴보와 도약 중 어느 길을 택할지 답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편집자주]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톡 개편을 둘러싼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친구' 탭을 피드형으로 전환하고 광고 노출을 강화한 9월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 반발이 들불처럼 번졌다. 앱마켓 리뷰에는 "메신저 본질이 사라졌다"는 항의가 이어졌다.
◆'친구' 목록 지우고 피드·광고 채운 개편
카카오는 지난 9월 23일 연례 행사 'if(kakao)25'에서 카카오톡 출시 15년 만의 대규모 개편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친구' 탭 구조였다. 기존에는 앱을 열면 곧바로 세로형 목록이 나타나 대화 상대를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즐겨찾기나 그룹별로 정리해 쓰는 이용자도 많아 사실상 연락처 관리 도구로도 활용됐다.
그러나 업데이트 이후 첫 화면은 달라졌다. 세로형 목록 대신 피드형 격자 화면이 자리 잡았고, 친구가 올린 프로필·상태 메시지와 함께 추천 콘텐츠·광고가 동일한 크기로 노출됐다. 대화 상대를 찾으려면 상단 아이콘을 눌러 다시 목록으로 들어가야 했다. 메신저의 기본 기능인 '대화 상대를 바로 고른다'는 과정이 한 단계 뒤로 이동한 셈이다.
이 변화는 즉각 불편으로 이어졌다. 커뮤니티에는 "업무 시간에 동료 찾으려다 광고부터 본다", "학교 공지를 확인하려 해도 잡다한 게시물이 먼저 뜬다"는 불만이 다수 확인됐다. 앱스토어 리뷰에서도 "메신저가 인스타그램이 됐다", "광고 보려고 카톡 쓰는 게 아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업데이트 직후 4.5점대에서 2.5점 수준까지 하락했다.

◆'국민 메신저' 흔들리자 신뢰와 주가도 타격
카카오톡은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사실상의 기본 소통 인프라다.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4900만명에 달하며, 정부 행정 알림·학교 공지·기업 내부 소통 등 각종 의사 전달에 사용된다. 이런 서비스의 기본 동선 변경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신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는 즉시 반응했다. 업데이트 직후 카카오 주가는 하루 만에 4~6% 하락했고, 5거래일 동안 10% 넘게 떨어졌다. 단기간에 수조원대 시가총액이 감소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메신저 신뢰 훼손이 브랜드 가치와 장기 성장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카카오는 엿새 만에 수정안을 내놨다. 9월 29일 "친구 탭 첫 화면을 기존 목록형으로 복원하고, 피드형 게시물은 '소식' 메뉴로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적용 시점은 4분기 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친구 탭 개선 외에도 다양한 피드백을 반영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이용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카카오톡을 더 편리한 소통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메신저 본질과 서비스 실험의 충돌"로 해석한다. 단순성과 직관성이 메신저의 핵심 가치인데, 이를 훼손한 조치가 신뢰 리스크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수정안을 내놓는 조치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용자 신뢰 회복은 여전히 남은 과제로 꼽힌다. 그리고 왜 이러한 실험이 단행됐는지를 두고 카카오의 수익 구조라는 근본적 문제가 배경으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