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비즈, 4900만명 이용자 위에 세운 '매출 엔진'
게임·스토리 부진 속 경쟁사 대비 격차 확대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개편을 둘러싼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광고와 피드 중심으로 기울어진 변화는 이용자 반발을 키웠고, 불만은 곧 카카오의 수익 의존 구조와 혁신 정체 우려로 번졌다. AI 전환 전략까지 시험대에 오른 카카오는 이제 퇴보와 도약 중 어느 길을 택할지 답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편집자주]

사진=카카오톡채널
사진=카카오톡채널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카카오가 '친구' 탭을 전면 개편한 배경에는 수익 확대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광고와 피드 노출을 강화한 변화는 단기 매출 제고를 노린 실험적 성격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곧바로 이용자 반발로 이어졌고, 이는 카카오톡에 집중된 수익 구조가 가진 취약성을 드러냈다.

◆톡 비즈 성장, 비톡 부진이 키운 의존도

카카오의 플랫폼 매출을 떠받치는 핵심은 '톡 비즈(Talk Biz)'다. 톡 비즈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광고·커머스·결제 사업을 아우르는 영역으로, 채팅창 배너·채널 광고와 '선물하기'·이모티콘 같은 디지털 상품 판매, 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 등이 포함된다.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 약 4900만명을 기반으로 구축된 만큼, 카카오 측은 IR 자료에서 톡 비즈를 그룹 수익의 핵심 축으로 거듭 강조해 왔다.

2024년 카카오의 연결 매출은 7조8716억원으로 전년보다 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플랫폼 부문이 48%, 콘텐츠 부문은 52%를 차지했다. 플랫폼 내 톡 비즈 매출은 2024년 2분기 기준 약 514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6% 수준이었다. 2025년 1분기에는 5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하며 플랫폼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非)톡 계열의 성과는 부문별로 엇갈렸다. 2024년 2분기 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고, 스토리 부문도 7% 줄었다. 반면 뮤직은 6% 늘었고, 미디어는 22% 성장했다. 모빌리티·페이가 포함된 플랫폼 기타도 18% 증가했다. 일부 영역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은 게임·웹툰이 부진하면서 톡 의존도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드러났다.

비톡 부문의 성장 정체가 이어지자 카카오는 다시 톡 비즈 강화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메신저는 이용자 일상에 깊숙이 자리해 있어 광고·결제 기능을 확대하면 매출 효과가 곧바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메신저의 단순성과 직관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낳는다. 이번 친구 탭 사태도 단기 수익 확대와 장기 혁신 사이 균형이 흔들린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진=카카오
사진=카카오

◆혁신 더딘 카카오, 네이버·쿠팡과의 간극

그 동안 카카오는 블록체인, 글로벌 웹툰 플랫폼, 드라마 제작사 인수, 모빌리티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그러나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북미·일본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웹툰·음악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고, 모빌리티 부문은 규제와 경쟁 심화로 성장률이 둔화됐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우마무스메' 흥행 이후 이렇다 할 후속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매출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네이버는 검색·쇼핑·웹툰·클라우드로 수익원을 다변화했고, 쿠팡은 물류와 결제를 결합해 독자 생태계를 확장했다. 반면 카카오는 메신저 광고·결제 의존도가 높아 신사업이 흔들릴수록 톡 중심 구조가 강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이러한 격차는 결국 카카오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경쟁사들은 다변화를 통해 특정 사업의 부진을 다른 영역에서 보완할 수 있지만, 카카오는 대체 성장축이 뚜렷하지 않아 카카오톡 수익화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비톡 사업 정체로 인해 카카오의 체질 개선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며 "톡 비즈 의존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도 이번 개편 시도 자체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위기감은 감지된다. 경영진은 IR을 통해 '생태계 다변화'와 'AI 전환'을 강조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신사업 성과 지연과 이용자 반발이 겹치면서 조직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친구 탭 사태는 단순한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논란을 넘어 카카오 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단기 수익 확대를 위한 조치가 장기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가 카카오톡 외부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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