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준비 끝에 공개된 자체 모델, 카카오톡에 본격 적용
한국어 특화·온디바이스 장점에도 글로벌 격차는 여전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개편을 둘러싼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광고와 피드 중심으로 기울어진 변화는 이용자 반발을 키웠고, 불만은 곧 카카오의 수익 의존 구조와 혁신 정체 우려로 번졌다. AI 전환 전략까지 시험대에 오른 카카오는 이제 퇴보와 도약 중 어느 길을 택할지 답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편집자주]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이프 카카오25'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이프 카카오25'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카카오는 9월 경기도 용인 AI캠퍼스에서 연례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if(kakao)25)'를 열고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과 AI 전략을 발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AI 시대의 도래로 우리의 일상도, 대화 방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며 "이번 개편은 카카오 AI를 통해 더 큰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략의 중심에는 카카오가 수년간 준비해 온 자체 모델 '카나나(Kanana)'가 있다. 카나나는 한국어 맥락 이해 능력에 특화된 언어 모델 패밀리로, 초경량 온디바이스 모델 '카나나 나노(Kanana Nano)'부터 멀티모달 입력을 지원하는 차세대 대형 모델 '카나나 2.0'까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2024년 오픈소스 공개와 업그레이드를 거쳐 개발이 이어져 왔으며, 이번 행사에서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 전반에 적용되는 모습이 처음으로 본격 소개됐다.

카카오는 '톡 하듯 쉬운 AI 경험'을 내세우며 메신저에 다양한 기능을 결합했다. 카나나는 대화 요약, 통화 녹음·텍스트 변환, 숏폼 생성 등 카카오톡 내 신규 기능의 핵심 엔진으로 활용된다. 카카오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안에 AI를 심어 별도 학습 과정 없이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사용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편의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카카오톡을 AI 중심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포석이다.

홍민택 카카오 CPO가 '이프 카카오25'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홍민택 카카오 CPO가 '이프 카카오25'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온디바이스 실행 내세웠지만 규모·차별성 한계

카나나는 한국어 특화와 온디바이스 실행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스마트폰 안에서 직접 작동하는 '카나나 나노'는 데이터가 기기 내부에서 처리돼 보안성이 높고, 응답 속도도 빠르다는 특징을 갖는다. 현재 카카오톡 일부 서비스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하면 구조적 제약이 뚜렷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카나나 시리즈는 2.1B~32.5B 파라미터 범위를 갖는다. 파라미터는 AI 모델이 학습 과정에서 조정하는 가중치 값으로, 뇌 속 시냅스 연결 수에 비유된다. 규모가 클수록 더 정교한 패턴을 학습할 수 있어 성능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된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1세대 기준 204B였고, 구글 'Gemini'와 MS·OpenAI의 'GPT' 시리즈는 수십억~수백억 단위로 확장돼 왔다. 단순 규모만 놓고 보면 경쟁사들과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에는 파라미터 효율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절대 수치만으로 성능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차별성 문제도 제기된다. 카나나가 적용된 대화 요약, 통화 전사, 숏폼 생성 등은 이미 글로벌 서비스 전반에서 보편화된 기능이다. '카카오톡 안에서 곧바로 쓸 수 있다'는 편의성은 장점이지만, 카나나만의 독자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기에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에서 곧바로 ChatGPT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최신 모델 GPT-5를 채팅탭에서 바로 쓸 수 있고, 카카오맵·선물하기·멜론 등과 연동되는 '카카오 에이전트'로 확장된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주목을 받았으나, 핵심 경험을 외부 모델에 의존한다는 평가도 병존한다.

플랫폼 전략 역시 초기 단계다. 카카오는 'PlayMCP'와 'PlayTools'를 통해 외부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지만, 이미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한 대규모 마켓플레이스와 비교하면 파급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어 특화 모델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확장과 기술 독립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카카오는 이번 행사를 통해 AI를 전면에 내세운 미래 전략을 공식화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온디바이스 실행과 한국어 특화라는 차별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사와의 격차, 외부 기술 의존, 제한적 플랫폼 전략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이번 시도가 도약의 발판이 될지, 퇴보 논란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실행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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