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양산 전격 발표… 내년 본격 공급
삼성·TSMC는 연내 양산체계 구축목표
정부 보조금·지분 등 '인텔 살리기' 총력
글로벌 파운드리 패권 지형 변화에 주목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평가받던 인텔이 세계 최초의 2나노미터 반도체 공정을 공개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예상치 못한 인텔의 반전 행보에 2나노 기술 개발에 잰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첨단 공정인 18A 공정 기반 최초 클라이언트 시스템온칩(SoC)인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팬서 레이크’의 양산을 시작했다.
18A는 인텔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2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 반도체 공정이다. 아직까지 2나노급 반도체를 구현한 기업은 없어 인텔이 세계 최초로 기록될 전망이다.
인텔은 이를 적용한 팬서 레이크 제품을 올해 대량 생산해 내년 1월부터 시장에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같은 18A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서버 프로세서 인텔 제온 6+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도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은 선도적인 공정 기술, 제조 역량 및 첨단 패키징 기술과 결합돼 새로운 인텔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전사적 혁신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텔은 이 첨단 제품들을 미국 애리조나주(州) 챈들러에 위치한 공장인 ‘팹52’에서 생산한다. 2021년 완공된 팹52는 총 1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인텔의 미국 내 반도체 확장 투자 계획의 핵심 거점이다. 인텔은 이곳을 설계, 제조, 패키징을 모두 아우르는 미국 내 공급망 복원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인텔이 갑작스럽게 내놓은 ‘초격차’ 기술에 업계는 놀라워하는 눈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경영난과 기술 격차로 크게 고전하며 삼성전자와 TSMC에 반도체 왕좌를 내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70.2%, 삼성전자가 7.3%, 인텔이 1%대를 기록했다.

업계는 인텔의 기술 리더십 복구가 미국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배경일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텔에 돈을 주면 우리들(정부)도 그에 맞는 혜택을 받아야 한다”며 보조금 대신 인텔 지분 10%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분 이전이 완료되면 미국 정부는 블랙록(9%), 뱅가드(8%)를 제치고 인텔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사실상 국유화에 준하는 상황이 된다.
탄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에 “미국은 항상 인텔의 최첨단 연구개발, 제품 설계 및 제조의 본거지였다”며 “미국 내 운영을 확대하고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선보이면서 이러한 유산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미국 정부라는 ‘뒷배’가 생기자 투자도 급격히 몰리기 시작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도 각각 인텔에 거액의 투자를 결정하며 인텔 살리기에 동참했다. 미국은 인텔을 복구시키는 것이 단순 기업 하나를 살리는 것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패권을 되찾아 오는 이정표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인텔이 곧바로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한다. 아직 수율이 검증되지 않아 고객사들은 시간을 두고 삼성전자·TSMC가 제품을 출시한 이후까지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한다.
인텔의 생존 신고를 목도한 삼성전자는 2나노 양산 계획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실제로 양산하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었다. 하지만 인텔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구조와 후면전력공급을 도입해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2나노로 치고 들어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3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주력으로 양산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 2나노 공정 양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
2나노 공정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에 적용된다. 앞서 수주한 일본 인공지능(AI) 기업 PFN의 AI 가속기칩도 2나노로 양산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도 오랜 기간 2나노 공정을 개발해 왔기에 기술 로드맵대로 발표했겠지만, 이전과 다른 자신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정부가 이미 22억달러 보조금을 신속히 지원하는 등 현지 업체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어 향후 행보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