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빅테크 공습·고금리…삼중고 빠진 카드업계
'데이터'가 돌파구…B2B 솔루션 등 새 먹거리 '정조준'

국제회계기준(IFRS) 8개 전업카드사 당기순이익이 전년 1조6463억원 대비 23.1%(3801억원) 증가한 2조264억원을 기록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최근 카드사들은 리볼빙·카드론 등 전통적인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방대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과 비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최근 카드업계가 안팎으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빅테크의 간편결제 확장 공세가 거세지면서 결제 시장의 주도권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수수료·리볼빙·카드론 등의 수익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과 비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실적은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10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8.2% 감소했고,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35% 급감했다. 국내 주요 신용카드 8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 가운데 현대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상반기 순이익 감소폭은 롯데카드 -33.8%, 신한카드 -35%, KB국민카드 -29.1%, 우리카드 -9.5%, 삼성카드 -7.5%, 비씨카드 -5.1%, 하나카드 -5% 등이다. 수수료 수익 감소,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상승,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이 실적을 짓눌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경영 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기존의 리볼빙, 카드론 등 금융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보유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B2B 사업이다.

자료=여신금융협회

신한카드는 지난 9월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자사 소비 데이터와 관광 데이터를 결합한 ‘K-관광 빅데이터’ 서비스 구축에 나섰다. 이는 데이터 동맹 ‘그랜데이터’를 통해 축적한 분석 역량을 공공 영역으로 확장, 지방자치단체와 관광 기업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8월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루트’에 인공지능(AI) 기반의 마케팅 지원 서비스를 새롭게 탑재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별도의 분석 없이도 잠재 고객에게 맞춤형 광고를 발송하고 실시간 효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B2B 솔루션을 한층 고도화했다.

현대카드 역시 이달 초 마이데이터 서비스 ‘내 자산’에 AI 기반 ‘개인 재무건강 진단’ 기능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수입·지출·부채를 종합 분석하고 재무 상태 개선을 위한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는 등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결제 데이터를 매개로 모빌리티(MaaS) 등 인접 산업으로의 확장도 가속화하고 있다.카드사가 직접 플랫폼을 구축하기보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기존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데이터 결합을 통해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결제 편의성까지 높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플랫폼화 전략은 구독 시장 공략으로 이어진다. KB국민카드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삼성 AI 구독 KB국민카드’를 선보였다. AI 가전 구독료 할인 등 혜택으로 제휴사 충성고객을 흡수하고, 장기적으로 구독 결제 허브를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자체 앱의 생활·금융 플랫폼화도 분주하다. 신한카드는 넷플릭스·웨이브 등 OTT와 ChatGPT 등 주요 구독 상품 정기결제에 캐시백을 제공해 앱 내 결제 허브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가입자 1500만명을 돌파한 KB페이 사례처럼, 쇼핑·여행·자산관리 등 비금융 서비스를 앱에 얹어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높이는 ‘슈퍼앱’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결제 수수료 기반 수익 모델만으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며 “데이터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관여하는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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