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ALM·자산배분 전략 전환…“수익보다 건전성”
소비자도 영향권…보험금 지급 능력·예정이율 점검 필수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국내 보험사들은 경기 침체와 금리 하락을 자산 건정성을 흔드는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금리 변동이 보험사 건전성과 지급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보험업계는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고도화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고객 보험자산 안전화에 노력중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험산업 자산운용 설문조사 CEO 리포트’에서 생명보험사 19곳, 손해보험사 14곳 등 총 33개 보험사가 금리와 경기 변동을 건전성을 흔드는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응답 기업들의 자산·보험료 점유율이 90%를 넘는 만큼, 사실상 국내 보험 산업 전체의 인식을 보여준 셈이다.
통상 보험사는 고객이 낸 보험료를 국채·회사채 등 채권에 투자해 운용한다. 하지만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수익률이 줄어든다. 동시에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현재 가치가 커진다. 받아야 할 돈은 줄고 줘야 할 돈은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새 회계제도(IFRS17·K-ICS) 아래에서 보험 부채가 시가 평가되면서 금리 변동성이 재무제표에 곧장 반영된다. 과거처럼 ‘보수적으로 잡아둔 장부상 부채’가 아닌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한 실시간 가치’로 부채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변동 한 번으로 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K-ICS)이 출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내놓은 해법은 ALM(자산부채 종합관리)고도화다. ALM은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흐름을 맞추는 것’을 뜻한다. 고객이 낸 보험료를 몇 년 또는 몇 십 년 뒤에 나눠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과 무채의 만기가 맞지 않으면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설문에서 보험사 자산운용 부서가 가장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지표도 국고채 10년물 금리였다. 응답의 70% 이상이 올해 말 국고채 10년물이 2.50~2.75%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현재(2.50%)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본 응답이 많았다.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ALM 관리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과거 보험사들은 목표 수익률 달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부채 현금 흐름을 반영한 동태적 자산배분을 택하는 곳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얼마 벌 수 있느냐보다 보험금 지급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에 방점을 찍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들이 확대하려는 자산군으로는 국내 채권과 사모신용, 인프라, 해외 채권이 꼽혔다. 특히 사모신용 투자가 위험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해외 부동산, 개인 대출 자산은 축소 계획이 우세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변화는 보험사의 지급 여력 안정성과 직결될 수 있다. 건전성이 강화되면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 지급 능력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는 의미다. 다만 금리 하락 국면에서는 신규 가입 상품의 예정이율이나 공시이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같은 보험료를 내더라도 적립되는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또 보험사의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변화는 장기적으로 보험상품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인프라·사모신용 투자 확대는 안정적 수익을 노리는 동시에 새로운 위험 요소를 내포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가입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충분한지 ▲상품의 금리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강화, 자산운용 규제 정비, 보험사 정리제도 개선 등이 논의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너무 빠른 제도 변경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유예기간과 단계적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장기채 투자 확대는 금리 리스크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만 보험사의 장기 기관투자자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자산 조정뿐 아니라 부채 구조 개편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사의 ALM 고도화와 K-ICS 대응은 업계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소비자가 낸 보험료와 미래의 보험금 안전성에 직결된다. 경기 침체와 금리 하락이라는 이중 리스크가 다가오는 만큼, 보험사들의 ‘위기 관리’가 곧 내 노후자금의 안전망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