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깜깜이' 감정평가에 청년주택도 보증 발목
보증사고 1조원 돌파… 회수율 60% '제자리걸음'
업계 "정부 대출 규제 강화… 시장 얼어붙을 수도"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도입한 ‘인정감정평가’ 제도가 현장에서는 오히려 전세보증 가입을 막는 부작용으로 번지고 있다. 과도하게 낮은 감정가 산정이 거래를 막고 서민 주거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해부터 감정평가 결과가 시세 대비 과도하게 부풀려진 단지를 걸러내기 위해 신규·갱신 보증 시 ‘인정감정평가’ 절차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감정가가 시세보다 과도하게 낮게 책정되면서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보증 이용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가 오는 18일부터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한다. 이에 HUG는 보증가입 상담지원을 위한 콜센터를 운영한다.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제공
주택도시보증공사 전경. 사진=HUG

◆경직된 리스크 관리, 실거래 '장벽'으로

서울과 수도권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사업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일부 청년안심주택의 경우 인정감정가가 기존 시세보다 20~30% 낮게 책정돼 보증 갱신이 불가능해졌다. 현행 기준으로 올해 하반기 갱신 대상인 청년안심주택 14개 사업장 중 10곳이 보증 갱신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임대업계는 HUG의 보증 심사가 시장 흐름을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전세가 하락기 이후 감정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거래 절벽과 유동성 위축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거래가 반영 시점이 3~6개월 늦어 실제 시장 가격보다 낮은 평가가 나오면 거래가 멈춘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의 불투명한 산정 기준도 문제로 꼽힌다. HUG가 선정한 기관이 5곳에 불과하고 기관별 평가 편차가 크며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HUG 내부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평가 결과가 ‘깜깜이’로 결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청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는 여전 회수율 60% 그쳐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세사기는 7460건, 피해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수도권 피해가 전체의 86%를 차지해 지역 간 불균형도 두드러졌다.

보증금 대신 지급된 대위변제금 회수율은 60% 수준에 그쳤다. HUG가 대신 물어준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돼 결국 재정 부담이 늘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감정평가의 객관성과 절차 투명성을 확보하고, 구상채권 회수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도 규제 강화… 시장 안정 '양날의 검'

정부는 전세시장 과열 요인을 차단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상환분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에 반영된다. 그간 전세대출은 DSR 계산에서 제외됐지만, 갭투자 차단을 위해 1주택자에 한해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다만 시행 이전 계약자에 대해서는 경과 규정을 두고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금융사 현장점검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어 이번 조치가 시장에 안착하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HUG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 기조도 전세시장 경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모두 ‘시장 안정‘을 내세우지만,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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