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vs 민심 악화' 부동산 딜레마에 갇힌 與
정청래·김병기 침묵 속 당내 온도차, 후속 해법 고심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관련 옹호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초강도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불과 8개월여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개혁 드라이브 때처럼 전면에 나서기보다 ‘관망 모드’로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정부 대책 발표 이후 공식 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행보가 부동산 정책이 가진 민감성을 감안한 전략적 침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책은 규제 강화 측면이 있지만, 정부가 추가 공급과 세제 합리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당도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한다”고만 언급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규제를 전국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지역 여건에 맞춘 ‘핀셋 규제’로 조정했어야 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예고한 규제가 서울·수도권 전반에 걸쳐 적용될 경우 전세 불안이나 거래 급감 등 부작용이 선거 정국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현희 최고위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불가피한 응급처방이지만, 청년과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꺾어선 안 된다”며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 공급을 병행해야 진짜 시장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 중도파 의원들은 전 최고위원의 주장에 동조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실질적 공급 정책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런 분위기 속 김병기 원내대표의 ‘갭투자 의혹’을 정조준했다. 당 차원에선 김 원내대표가 과거 “빚내서 집 사게 하는 게 맞느냐”고 발언한 점을 언급하며 “본인은 잠실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13년간 실거주한 집으로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며 반박했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투자 아니냐’는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모든 서민이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건 아니다”며 “이번 대책은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초강수”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의견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반발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다”는 논리를 펴지만, 또 다른 쪽은 “과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패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질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낸다.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민심의 향배가 부동산 대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등 민주당은 규제와 공급, 실수요자 보호라는 세 축 사이에서 정치적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